(릴레이분석)태광산업,상장폐지?..이달 주총이 갈림길

  • 등록 2001-07-01 오후 4:21:43

    수정 2001-07-01 오후 4:21:43

[edaily] 지난주 주식시장 초미의 관심사는 태광산업에 모아졌다. 90년대 후반까지는 황제주로 군림했고 외환위기때에는 은행으로 불리웠던 태광산업. 현재 주가수준도 절대주가로만 보면 거래소에서 탑 5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상장폐지를 할수 있을까. 증권전문가들은 상장 폐지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은 "회사측의 의지"보다는 "변화된 사회분위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성급한 판단이었다" 증권전문가들은 태광산업이 상장폐지 가능성을 거론한 것 자체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회사사정을 볼때 상장폐지를 고려할 정도로 고심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수 있지만 그렇다고 임시주총에 앞서 상장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미숙했다는 설명이다. 태광산업은 90년대말까지 현금줄이었던 "스판덱스" 부문에서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한 상황이다. 시장점유율을 1위자리를 효성에게 빼앗긴 상황이고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면에도 뒤지고 있다. 회사측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다. 근로자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가운데 외국인 주주들이 경영권투명성을 요구하며 감사를 선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회사측으로서는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가 상장 폐지였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의 간섭이 싫어 상장을 폐지한다면 경영투명성이나 주주우선, 세계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꼴이된다. 궁극적으로 상장을 폐지한다고 해도 "좋은 명분"을 잡아서 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전의 사례와는 달라 이제까지 거래소시장에서 자신결정으로 상장을 폐지한 기업은 3개사다. 93년 나이키 신발의 유통업체였던 삼나스포츠가 1호였다. 나이키사가 국내에 직접 진출하며 삼나스포츠를 사들이고 일반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공개매수를 통해 웃돈을 주고 거둬들였다. 또 쌍용제지도 쌍용그룹의 해체와함께 P&G사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거래소에서 자진 퇴장했고 일본계자본과 합작기업이었던 한국안전유리도 유사한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됐다. 이들의 경우는 모두 외국계자본으로 인수되면서 증시에서 물러났다. 다국적기업의 영업방침이나 전략적인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태광산업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외국계 자본이야 싫으면 철수하면 그만이지만 태광산업은 50년이상의 업력을 가진 화학섬유업계의 국내 대표기업중 하나다. 소비자나 투자자들로 부터의 비난이나 직원들의 사기저하, 라이벌업체의 "멸시" 등을 무시할 수 없다. 상장폐지로 부터 얻을수 있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상황이다. ◇외국인 주주의 이해가 관건 오버룩 인베스트먼트사는 93년부터 약 8년간 태광산업의 주식을 장기 투자해 왔다.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약 3%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펀드는 자산가치가 우량한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올해초 정기주총 전에 고배당을 요구했다. 표대결까지 간 주총에서 이들으 요구는 묵살됐다. 급기야 주총을 소집을 요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수 있는 감사를 선임하겠다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이 강하게 나오는 것은 막대한 투자손실 때문이다. 태광산업에 장기투자해온 오버룩 인베스트먼트의 태광산업 취득단가는 4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주가는 20만원선이다. 90년대 후반 황제주 자리를 두고 다퉜던 SK텔레콤은 현재 주가가 액면분할(액면 500원)을 거쳐 20만원대다. SK텔레코과 5배가까운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결국 외국인들은 회사의 경영권에는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자신들의 손실을 어떻게 하면 보전할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때문에 증시 일각에서 외국인 주주와 태광산업측의 막후 타협 가능성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외국인이 아닌 일반 소액주주들의 이해가 묵살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기업으로 남느냐 갈림길 현 상황은 태광산업이 개인기업으로 남느냐, 21세기를 맞아 새롭게 변신할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태광산업에 대해 외형상 공개기업이었만 사실상 개인기업이라고 꼬집는다. 꼼꼼히 직접 일을 챙기는 창업주의 경영스타일이 이제까지의 태광산업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됐지만 앞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이러한 스타일에서 한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태광산업의 운명은 2주앞으로 다가온 임시주총(7월14일 개최)이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70%를 넘어 표대결도 외형상 문제될 게 없고 극단적으로 상장폐지한다고해도 그에 따르는 비용을 커버할 자금이 충분하지만 기업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결코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태광산업의 주가는 상장폐지에 따른 공개매수 기대로 주초 3일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31만원까지 오르기도했다. 이후 외국인 주주들의 상장폐지 반대표명으로 급락세를 보인후 주말에는 강보합을 지켰다. 증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주가는 회사측과 외국인 주주들의 대결양상에 따라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이라기 보다는 좀더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상장폐지는 회사측의 독자적인 판단보다는 여론 등 주변변수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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