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 떨어질 것은 낙엽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은행권에 다시 3000명 정도의 대규모 감원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인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또 은행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비싼 대가는 30일자 조간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남북경협에 따라 정부가 북에 60만톤의 식량을 연내에 제공키로 했다는 소식이 대부분 조간의 1면 머릿기사다. 한 경제지는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로 대우차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알짜정보를 도둑맞고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며 허술한 처리에 따른 대가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이밖에 사상 최악의 전산장애를 불러온 동원증권 소식과 논란에서 방침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예금보호한도 조정, 무분별한 사외이사 제도, 지표따로 체감따로인 경기상황 등이 이날 조간의 주요 경제관련 뉴스였다.
조간들은 전날 거의 확정된 6개 은행의 경영정상화계획을 비중있게 다뤘다. 공적자금 요청규모는 총 5조원 규모. 조간들은 은행들이 이번주말까지 금감원에 제출할 경영정상화계획에서 총 3000명의 인력감축안을 담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은행뿐 아니라 우량은행의 합병과정에서도 인력감축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은행권은 다시 감원태풍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의 반발로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서울경제는 비우량은행들이 인력감축과 자본확충 등으로 본격적인 생존게임에 나섰다고 썼다.
북에 식량 60만톤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크게 실렸다. 일부에서는 26일 경협실무접촉에서 이를 합의하고도 그동안 쉬쉬해왔고 국회동의절차도 생략했다는 점을 들어 정책투명성을 문제삼았다.
동원증권에서 발생한 최악의 전산사고도 경제면과 사회면에 크게 실렸다. 조간들은 백업시스템마저 먹통이 됐다고 썼고 투자자 항의는 물론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예금부분보장제를 둘러싼 논란은 다음주 진념장관이 개선방안을 발표할 때까지 당분간 계속 지면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조간들은 IMF 연차총회에 나가 있는 진 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예금부분보장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까지는 시행시기는 기존 계획대로 내년으로 하되 한도를 일부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금감원이 국찬표 금감위 비상임위원(서강대 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한 예금보험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도 시장불안에 따라 요구불예금 전액보호, 2000만원이상 예금의 80~90%보호,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매경은 지방 6개 은행들이 2000만원이상 예금을 분산해서 예치하는 공동예금 상품을 개발중이라고 썼고, 동아는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시 어떤 상품이 보호대상이며 고객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실었다.
조간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시비거리는 사외이사. 한경은 상장사 사외이사중 26명은 10만주이상의 회사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 내부견제자로서의 역할에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고 명단과 함께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부 조간이 본판에서 이를 받았다.
대한매일도 사외이사에 대한 감독과 감시에 구멍이 뚫렸다고 1면에 올리고 실태와 개선방안을 관련기사로 보도했다.
매경은 기업과 친분이 있거나 요로에 힘을 써 줄 만한 인사가 사외이사를 독식함으로써 대주주 견제기능을 상실, 당초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한국은 사외이사 윤리규정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매경은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에 따른 파장을 다른 시각에서 찾고 있다. 즉 포드가 대우차를 6주간 실사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마케팅과 시장정보 등의 자료를 통째로 넘겨줘 알짜 정보를 고스란히 도둑맞았다고 지적했다.
GM이 대우차를 분할해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과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대우차 신속매각을 재삼 강조했다는 발언도 지지부진한 대우처 처리와 관련해 비중있게 다뤄졌다.
대우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사회면에 실렸다. 검찰이 핵심 당사자인 김우중씨를 소환할 묘책이 없어 고민중이라고 벌써부터 사태가 길어질 것임을 예고한 신문도 있었다.
8월 산업활동 동향과 관련,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따로 논다는 분석이 많았다.중앙은 제조업가동률과 생산, 설비투자, 소비 등의 항목에서 착시나 거품이 없었느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고유가로 중동특수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구경꾼 노릇밖에는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도 일부 조간들이 제기했다.
이밖에 한겨레는 삼성의 벤처계열사 17개중에 10개를 이재용씨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걸고 넘어졌다. 이씨가 에버랜드 등과 공동출자한 벤처회사를 통해 손자벤처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지배권을 확보했으며 참여연대가 공정위에 변칙증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