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 종사자 수는 푹 줄었고, 대출 연체율은 다락같이 높아졌다. 2020년 이후 자영업은 시련의 연속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이 좀 풀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고물가·고금리 먹구름이 덮쳤다. 가뜩이나 부진하던 소비는 대통령 탄핵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결정타를 맞았다. 연말연시 모임과 지자체 축제·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여야는 세밑에 경제·민생 안정을 위한 국정협의체 가동에 합의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영업자 지원대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약 566만 5000명(작년 1~11월 평균)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19.8%로 집계됐다. 이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지기는 처음이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폐업이 속출한 결과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작년 3분기 말 기준)로 급등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취약 자영업자는 금융사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차주를 말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한은도 금리를 추가로 내릴 여력이 줄었다. 이 공백을 재정이 메워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하면서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올바른 선택이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아래서 가장 힘든 이들은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민생이 아우성인데 긴축 재정을 고집할 여유가 없다. 추경은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감액 예산을 바로잡는 의미도 있다.
국정협의체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여파로 한 차례 출범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 대행 체제는 헌법재판관 임명에서 보듯 정치권의 협조 없이는 한계가 있다. 최 대행이 내린 결정을 두고 여야가 사후에 반발하기보다는 사전에 협의체를 통해 정책을 조율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찬반 논란이 불가피한 정치 이슈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민생 이슈부터 실천에 옮기는 게 현명하다. 협의체가 국가애도기간 종료(4일)에 맞춰 자영업 지원대책부터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