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내년부터 수업 현장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AI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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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교육부에 따르면 AI교과서는 내년 새 학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우선 내년에는 초등학교 3~4학년 수학·영어·정보 과목과 중학교 1학년 수학·영어, 고등학교 공통 수학·영어 과목에 먼저 적용된다. 2026년에는 초등학교 3~6학년, 중학교 1·2학년 등에, 2027년에는 중학교 3학년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AI교과서가 적용되는 교과목은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정보·기술 등이다.
교육부는 앞서 10년 전인 2014년에도 초3~중1 과학·영어 교과목에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했지만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는 AI 기반의 코스웨어(교과과정+소프트웨어)가 적용된 교과서가 개발되기에 학생 개개인에 맞춰 수준별 학습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교사·학부모도 AI교과서가 진단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학습 지도에 활용하면 학생별 맞춤형 수업·지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은 디지털기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수업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의 한 중학교 A교사는 “태블릿을 이용한 디지털 수업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초반에는 학생들이 동영상 콘텐츠 등에 흥미를 느끼지만 이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수업 분위기가 산만해지기도 하고 투입한 노력 대비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디지털기기 활용 수업을 멈췄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초5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는 “집에서도 아이가 디지털 기기로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SNS)하는 시간을 제한하느라 애를 먹는데 굳이 학교에서 기기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학습 격차가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남지역 중학교 B교사는 “AI교과서처럼 기기를 활용하는 학습은 자기 주도성이 중요하다”며 “공부에 전혀 흥미 없는 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AI교과서를 도입하더라도 집중을 잘할 지 미지수”라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AI교과서 도입만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들을 교육할 교사들이 AI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 기대만큼 AI교과서를 높은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좋은 수업을 위한 본질적인 질문·고민이 공유된 상태에서 에듀테크가 결합해야 한다”며 “AI교과서를 도입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에듀테크 만능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