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주요 은행이 예금 금리는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올리고 있다. 미국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예금 금리는 낮출 수밖에 없었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대출금리는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의 이자수익만 늘어나는 꼴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5일부터 상당수 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한다. KB국민은행은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예금 금리에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만기 3년 이상 수신 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포인트 일제히 낮췄다. 미국 등에서 기준금리를 크게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예금 금리에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예금 금리를 낮추면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도 낮아지는 게 정상이지만,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3∼5.204% 수준이다.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하면 하단이 0.19%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6월 중순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를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도래한 ‘2%대 금리 시대’도 저물었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030∼6.548%) 하단도 0.0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204%로 0.141%포인트 떨어지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520%로 유지된 사실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원인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다. 당국의 압박으로 시장 상황과는 다르게 최근 한 달간 은행들이 앞다퉈 대추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대출은 쉽게 줄지 않고 있다. 예금 금리는 내려가고 대출 금리는 오르면서 은행의 이자수익은 당분간 증가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추겠지만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급증을 고려할 때 쉽게 낮추기 어려워 결국 예대마진은 더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