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해외·체크·개인 기준)은 37.7%다. 지난해 2월 대비 5%포인트가량 상승한 수치로 전업 카드사 7곳 가운데 1위다. 2위 신한카드와의 격차도 같은 기간 2.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벌렸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엔 트래블로그가 있다. 2022년 7월 출시한 트래블로그는 ‘환전·ATM 출금 수수료 무료’라는 혜택을 등에 업고 가입자 수가 1년 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는 해외여행객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1월 50만명에서 지난해 말 300만명을 넘겼다.
김 차장은 서비스를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성과를 낼 것이라 예상하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트래블로그는 하나은행 계좌와 하나머니앱, 실물 카드까지 있어야 해서 출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컸다”며 “그러나 여행을 가기 전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환전하는 관행을 온라인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수요는 확실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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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장은 “하나은행 전체 530여개의 점포의 1년 환전금액이 2조 1000억원가량인데, 트래블로그는 서비스 런칭 이후 환전액이 1조 1000억원”이라며 “하반기에 하나금융 전체 환전액의 80%를 차지하는 등의 성과를 100여 명의 직원이 해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래블로그는 낮은 수익성이란 과제도 안고 있다. 트래블로그의 주 수익인 해외 가맹점 수수료가 신용카드 대비 한참 낮기 때문이다. 하나카드의 신용카드 기준 해외 시장점유율은 8%대에 불과하다.
타사와의 경쟁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최근 토스뱅크는 ‘환전 수수료 평생 무료’ 혜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신한은행도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는다.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김 차장은 “트래블로그와 비슷한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경쟁이 심화할 순 있지만, 선구자적 입장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제 시 부족금액 자동환전 시스템, 불안정한 해외 인터넷에 대비한 간편모드, 은행 점포서 트래블로그 즉시 발급 등 여러 전략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체크카드의 최대 외화 보유 한도 200만원 제한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김 차장의 지적이다. 그는 “해외에서 200만원 이상 결제할 때 분할 결제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 행태나 물가 등을 고려해 과거에 정해진 한도의 상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