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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말한다. 일정 기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고리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간 뒤 40여 년간 25기의 원전을 가동해 왔지만, 아직 영구처리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그사이 사용후핵연료는 1만8600t(톤) 이상 쌓였다. 원전 부지내 습식 수조에 보관했지만, 공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건식 저장시설을 만들기도 했지만, 영구 시설은 될 수 없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20대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 속에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부지 선정 절차 및 일정, 유치 지역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3건의 특별법안(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안)을 발의했지만, 여야는 11차례 논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저장시설의 용량 등이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설비 용량을 설계수명 이후 ‘계속운전’까지 고려하자는 입장인데, 야당은 설비용량을 원전 수명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주장은 결국 탈(脫)원전과 궤를 같이 한다. 야당안대로 입법되면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안팎에선 당·정이 ‘일단 입법’을 위해 야당안을 수용할 의지를 보였는데도, 야당이 소극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1968년생인 정 학회장은 “이번에 특별법 제정이 무산되면 은퇴 전엔 힘들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10년 안에 이런 적기를 다시 맞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는 5월말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는 2월 1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연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은 우리 세대가 짊어져야 할 책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