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왜 들어와?’ 25년 함께 산 아내에 고소당한 남편

  • 등록 2023-11-09 오전 5:39:45

    수정 2023-11-09 오전 5:39:45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안방에 본인 허락 없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25년을 넘게 함께 산 아내로부터 고소당한 5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래픽=뉴스1)
9일 광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정영하)는 방실수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남편 A씨(50)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3월 19일 오전 2시 18분쯤 전남 순천에 위치한 한 주택 2층 안방에 무단 침입해 방 안을 뒤졌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5년 이상 함께 부부의 연을 맺어 온 아내 B씨(50대)와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자고 있던 안방에 자신의 차량 열쇠와 통장을 찾기 위해 들어갔는데 한참 짐을 찾던 중 아내가 잠에서 깨 놀라 소리를 지르자 밖으로 나갔다.

B씨는 자신이 안방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 별거 중인 남편이 몰래 침입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설령 건물에 대한 공동주거권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생활 형태를 비추어봤을 때 안방에 대한 공동 점유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방실수색죄의 경우 현행법상 징역형의 선고만 가능해 A씨에게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180도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나의 방실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관리할 때는 사생활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다”며 “공동점유자는 서로 용인하에 공동 점유 관계를 형성키로 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점유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으며, 수색행위도 불법하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에 이혼소송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당시엔 자녀 양육이나 재산 분할 등 혼인관계 청산에 따르는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러 점을 종합하면 그 방실은 양쪽이 공동으로 점유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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