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김영수 국립한글박물관장이 20여년 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일할 때만 해도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원은 4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30여개로 7배가 넘게 늘어났다. 세계 각국의 문자 기관과 교류하면서 한글을 알릴 수 있는 여건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고유한 문자를 가진 나라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에요. 이것을 콘텐츠로 하는 박물관 또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죠. 국립한글박물관을 비롯해 중 국문자박물관, 프랑스의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 얼마 전 송도에 개관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등이 문자를 콘텐츠로 하는 박물관이에요. 여기에 언어 관련 박물관까지 합하면 전 세계에 78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2022년 국내 전체 박물관 수가 909개인 것과 비교해보면 문자·언어박물관의 수가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죠.”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영수 국립한글박물관장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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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물관이 주축이 되어 ICOM(세계박물관협의회) 내에 언어문자 분과를 설립하는 것이 김 관장의 목표다. ICOM에는 전시, 교육, 보존 등 박물관 활동이나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분과가 있지만 아직 언어문자 분과는 없다. 이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박물관포럼을 비롯해 해외 곳곳의 문자 박물관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국제교류에 힘쓸 계획이다. 김 관장은 “글자와 언어가 사라진다는 건 문화가 소멸되는 것”이라며 “문자언어를 보존하고 서로 교류하는 것이 세계 문화적 다양성 증진에 핵심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람객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며 국제교류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코로나 종식 이후 한글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 수는 전년대비 184% 늘었다. 세계 곳곳에서 한글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고 있어서다. 2022년 총외국인 방문객 수는 8080명이었고, 올해는 1만1981명(8월 기준)이 방문했다. 김 관장은 “지금의 추이로 볼 때 작년보다 2배 많은 외국인이 박물관을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우리 한글과 한글박물관에 대한 관심 역시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내년이면 국립한글박물관이 세워진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김 관장은 “전 세계 문자박물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순회전시 등을 통해 각국과 소통하는 국제교류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