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댁 '시고르잡종'도 반려견…2m보다 짧은 목줄 안돼요

시골 마당, 줄로 묶인 채 사육되는 마당견들
지난 4월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목줄은 최소 2m 이상
"반려견이라는 인식 확대 위한 홍보 시급"
  • 등록 2023-10-01 오전 10:30:00

    수정 2023-10-01 오전 10:3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추석을 맞아 시골에 내려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앞마당의 개들, 목줄에 묶인 채 주로 집을 지키는 용도로 사육되는 마당견들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엄연한 ‘반려견’이다. 이에 최소한의 활동 공간 보장은 물론, 사료와 물 급여 등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추기 위한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목줄에 묶여 있는 시골개 (사진=권효중 기자)
온라인에서 흔히 ‘시고르잡종’(시골 잡종)이라고 불리는 시골 믹스견들, 흔히 농촌 지역, 시골집에서 기르는 이들은 명절 때가 되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직장인 주모(30)씨는 “추석 때 내려가서 본 강아지들이 이듬해 설에 가면 ‘큰 개’가 돼있다”면서 “성장한 모습을 예측하기 힘들고, 사람만 보면 반가워하는 모습이 이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시고르잡종’의 삶이 모두 평탄한 것은 아니다. 집 안에서 생활하는 도시의 반려견들과 달리, 혹서기와 혹한기에 모두 밖에서 버텨야 한다. 비를 피하는 것이 거의 전부인 ‘개집’과, 쇠사슬로 된 무거운 ‘목줄’을 멘 개들이 대부분이다. 바쁜 농촌의 일상으로 인해 도시 반려견들처럼 산책을 즐길 수도 없다. 충북 충주에 사는 A(86)씨는 “시골 노인들에게 개를 따로 챙길 시간이 있겠냐, 도시 개들과 똑같이 호강시켜줄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시골이나 본가를 찾는 2030들은 마당견들의 산책을 자청하기도 한다. 주씨는 “도시 개들과는 달리 산책하는 방법도 모르고, 할머니는 풀어주면 끝난 줄 안다”면서 “줄을 풀어서 함께 동네를 다니다보면 개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28)씨 역시 “이번에 내려가면 도시 개들이 쓰는 리드줄을 사드리고, 산책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은 마당견들도 엄연한 ‘반려견’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반려견을 밖에서 묶어 키울 때에는 최소 2m 이상의 줄을 사용해야 한다. 법에 규정된 ‘돌봄 의무’ 범위를 넓혀 적절한 활동 공간을 보장하고,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단순히 먹이를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깨끗한 물, 사료를 제공하며 기본적인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마당견이 죽게 된다면 ‘동물학대’에 해당,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등에서 ‘시골개 목줄’, ‘시골개 쇠사슬’ 등을 검색하면 1~2m 이내 길이에 불과한 상품들이 여전히 검색되고 있으며, 노인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농촌 지역의 특성상 밖에서 묶어놓은 채로 개를 기르는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무엇보다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홍보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아직까지 많은 시민들이 법에 대해 알지 못하고, 동물 방치가 곧 학대라는 인식도 부족하다”며 “마당견들의 일상 복지는 물론, 무분별한 임신과 출산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 등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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