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몽골인 우레(42)씨의 내년 목표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고등학생인 딸에게 햇볕이 드는 방을 마련해주고 싶어서다. 모녀는 덥고 습할 때마다 아침저녁 찬물 샤워로 버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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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 8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과 강북구 삼양동 일대에는 반지하와 옥탑방이 빽빽하게 밀집했다. 주택과 주택 사이의 거리는 한두 뼘밖에 되지 않았다. 여름철 폭우와 폭염이 찾아오면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지하는 습하고 옥상은 불볕, 오죽하면 ‘지옥’(반지하·옥탑방의 줄임말)이란 멸칭이 붙을 정도다.
반지하에 사는 이들은 폭염에 더해 습기와도 싸워야 한다. 몽골인 우레씨는 반지하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수구에서 썩은 내가 올라와 창문을 열 수가 없다”며 “가끔 창문을 열어도 고양이가 오줌을 쌀 수 있어 커튼을 쳐둬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이 오면 반지하에는 말 그대로 ‘지옥문’이 열린다. 폭우가 쏟아질 땐 빗물이 집안으로 범람할까 걱정이고, 비가 갠 뒤에는 습기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 당장 9일부터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태풍 예비특보가 내려졌다. 삼양동 삼일경로당에서 만난 박모(89)씨는 이럴 때일수록 보일러를 틀어놓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면 “장판이 바싹 마른다”는 것이다. 벌레가 꼬이는 걸 막기 위해 음식을 먹은 뒤 바로 치우는 것도 반지하 15년 거주 경력에서 나오는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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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경우 지난 6월 불법건축물 기준이 해소된 옥탑방에 최대 2000만원(공사비의 80% 이내)의 집수리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했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지역 △현장점검 시 건축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건축물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렇게 제외된 대상은 다른 곳보다 열악하고 노후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이데일리가 찾은 삼양동과 이문동 일대가 바로 이 같은 사각지대다. 옥탑방에 뽁뽁이를 붙였던 김씨는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역세권·재개발 지역을 도와주겠다고 그러더니 이후엔 가타부타 말이 없어 이곳 사람들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기본선의 체계적 확립 등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