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에서 3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40)씨는 울상을 지었다. 비대면 진료가 다음달부터 재진만 허용되며 이제 소아과 ‘오픈런’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래도 그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반차를 내고 아이를 돌봤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며 “아이가 셋이라서 소아과 갈 일도 많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 수준으로 하향되며 2020년 12월부터 시행됐던 비대면 진료가 종료된다.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날부터 초진·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는 비대면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형선고”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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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주장에 대한의사협회(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의협과 복지부의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을 합의한 바 있다. 복지부의 시범사업안은 지난 2월 의협과의 합의를 그대로 지킨 것으로 보인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지난 24일 의료현안협의체를 마친 직후 “재진·의원급 중심 등 비대면 진료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의협이 제시한 원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의견을 좁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사실상 업계를 죽이는 사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닥터나우 등 18개 업체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의 시범사업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금지시키는 반(反) 비대면 진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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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업계에서는 3년간의 사업 운영 결과 안전성은 이미 보장됐기 때문에 초진 환자를 포함하고 약 배달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신영 닥터나우 홍보이사는 “초진환자도 받을 수 있었던 비대면 진료 동안 단 1건의 사고도 없을 만큼 안전하게 진행됐다”며 “만족도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12월부터 3년간 3661만건, 1397만명 이상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지만 사고가 1건도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의료계와 업계가 모두 만족할 만한 방향을 시범사업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대면 진료 산업은 세계적으로 발전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라며 “비대면 진료의 경우 의료계가 주장하는 안전성과 업계에서 주장하는 접근성이 모두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계뿐만 아니라 소비자·업계 등의 의견을 다양히 받아들여 비대면 진료 산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