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혜에 따가운 눈초리…세비도 세계 상위권

상징적 특권 '불체포·면책' 오남용
1.5억 연봉에 각종 명목의 지원금
현직 상태서 대선 출마·캠프 참여 등
다른 공무원은 불가한데 예외 적용
  • 등록 2023-03-27 오전 6:25:02

    수정 2023-03-27 오전 6:25:02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은 200가지가 넘는다.’

흔히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혜를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업무상 편의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1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에 따라붙는 지원 인력과 경비는 상당한 편이다. 국회를 견제하고 책임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국회의원 특권만 늘어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본회의(사진=노진환 기자)
연봉 1억5426만원 중 30% 비과세…세비 세계 3번째 높아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상징적인 특권이다. 헌법 제44조 불체포특권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또 헌법 제45조 면책특권에 따라 국회의원은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자구수단으로 만들어진 장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취지와 다르게 오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의원이 생활하는 데 들어가는 대부분의 비용은 ‘의정활동’이라는 명목하에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 보수(연봉)는 1인당 1억5426만원이다. 보수 총액의 30%에 달하는 경비(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일반 근로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시 임금을 받지 못 하지만 국회의원은 예외다. 21대 국회에서도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삭감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구속 중에도 세비는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세계에서 이탈리아, 일본 다음으로 높다.

또한 국회 의원회관에 45평 안팎의 사무실이 제공되고, 1인당 최대 9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다. 이들의 인건비 5억원은 모두 세금으로 지급된다. 반면 일본은 의원당 보좌진을 3명까지 허용하고 스웨덴의 경우 개인 보좌관 제도 자체가 없다. 우리 국회의원은 1인당 ‘입법 및 정책 개발 지원’ 명목으로 연평균 4499만원을 별도로 지원받는다. 업무추진비, 사무실 소모품비, 차량 유류비, 출장비, 통신·우편 등 공공요금 등도 지원된다. 해외 출장을 갈 때는 공항 귀빈실과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등의 혜택도 누린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최근 가족여행 중 공항 귀빈실을 사적으로 이용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23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사진=열린국회정보 홈페이지)
국회의원은 공직자 가운데 자신의 급여를 유일하게 스스로 결정한다. 반면 영국과 캐나다 의회는 외부기관의 권고에 따라 세비가 결정되고, 미국과 프랑스 의회는 공무원 급여나 물가 상승률에 따라 세비가 결정된다. 선거철 출판기념회도 주요 혁신 대상으로 꼽힌다. 책값 명목으로 후원금을 거둬들이는 출판기념회는 모금 한도가 없고 수입 내역을 공개하거나 신고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국회 상임위원회 유관기관들이 책값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넣어 전달하는 문화는 여태껏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택에서 수억원의 돈다발이 발견된 것에 대해 “2020년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후원금”이라고 해명하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출판기념회는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세비 반으로 줄이자”…방탄 특권도 도마위

국회의원은 공직선거 분야에서도 특혜를 누린다. 국회의원은 현역 신분으로 대통령 선거를 위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할 수 있다. 미국은 현역 의원이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수 있지만 대선 캠프에 참여해 직책을 맡지는 않는다. 또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다. 다른 공직자들이 선거일 전 90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유리한 출발선에 있는 셈이다. 선거 운동에 있어서도 국회의원은 공무원 신분인 보좌진을 지역구 관리와 선거 운동원으로 동원할 수 있다. 이들은 선거사무원 수(공직선거법 62조5항)에 산입되지 않는다.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대신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5선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비례대표 폐지’, ‘면책특권 폐지’, ‘정당 국가보조금 폐지’를 골자로 하는 ‘3폐 개혁운동’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50여명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발표하며 ‘방탄’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저격했다. 시민단체 ‘특권폐지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회의원 월급을 근로자 평균임금으로 하향하고 각종 의정활동 경비는 국회사무처에 신청해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각 국회의원은 특권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 공세적인 정치 문화를 바꾸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점차 국회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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