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이태원 참사`에 빗댄 부적절한 현수막을 내걸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이 지난 12일부터 연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인근으로 몰려가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의 지하 관통 설계에 반대하며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버스를 동원해 정 회장 자택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홍보 전단에는 `2만명 사는 주거지 가운데를 발파 관통? 이게 말이 됩니까``세계 최초 주거지 발파` 등 사실을 왜곡하는 문구까지 포함해 시위를 선동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이긴 하나 GTX 노선 결정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다. 추진위 측은 “입주한 지 40년 넘은 낡은 아파트 지하에서 공사하면 건물 붕괴 등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기본적으로 GTX 공사가 지하 깊은 곳에서 이뤄지고 비 발파식 공법을 도입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없다”고 강조한다.
| 강남구 은마아파트 외벽에 GTX-C 노선 우회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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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23일 직접 간담회에 참석해 “지하 60m이상 대심도 터널 공사로 우려하는 것처럼 발파가 아닌 `TBM공법`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TBM은 회전 커터에 의해 터널 전단면을 절삭 또는 파쇄해 굴착하는 기계로 진동과 소음을 저감할 수 있다. 이미 다른 GTX 시공 현장들에서 주거지를 통과하는 사례들도 많다. 국토부에 따르면 GTX-A와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20개 구간이 주거지를 통과했고 이미 철도가 지나는 구간에 재건축 사업이 이뤄진 곳도 12곳이다. 결국 우회안 고집을 꺾지 않고 실력 행사에 나서자 국토부도 서울시와 함께 은마아파트 합동 점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구청, 외부전문가(변호사·회계사),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내달 7일부터 16일까지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위법사항이 적발된 경우 수사의뢰, 시정명령, 환수조치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일부 반대를 이유로 국가사업을 변경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원 장관의 말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도를 넘은 `지역 이기주의`에 철퇴를 가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