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존재 자체도 군사비밀인데…'밈스' 삭제 논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군 특수정보(SI) 무분별한 공개 상황
자체가 기밀인 군사정보 공유 체계도 공개돼
감사 및 수사 진행 중이지만 안보자산 보호 필요
  • 등록 2022-07-09 오전 9:00:00

    수정 2022-07-09 오전 9:35:2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미드웨이 해전에서 참패한 것은 일본 해군의 통신이 감청되고 암호를 해독 당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사정보 분야 관련 도서인 ‘지투(G2)’에 따르면 당시 미 해군의 암호 해독 능력은 진주만 기습을 탐지해 내지 못했을 정도로 저조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 해군은 기존 암호를 바꾸면서 송수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옛 코드와 새로운 코드를 함께 전송하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기존 코드를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었던 미 해군은 새로운 코드의 일부도 해독하게 되면서 일본의 대규모 공격 작전 계획을 파악하게 됩니다. 1942년 5월 17일 일본 해군이 공격을 위한 전투부대를 편성 중이며, 18일에는 ‘일본 해군의 공격기동을 지원하기 위해 AF 북서쪽 50마일 지점에서 비행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문을 감청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AF가 어디 지명을 뜻하는지 불확실했습니다. 이에 미 해군 측은 일본 해군도 감청을 하고 있음을 역이용해 위장 통신을 합니다. 미리 짜고 하와이에 ‘미드웨이 기지 담수 장치 고장으로 식수가 필요하니 급히 보내달라’는 위장 통신을 한 것입니다. 하와이에서도 ‘식수 선박을 최단시간 내 보낼 예정’이라는 답신을 합니다.

이후 미 해군은 일본 해군 통신을 집중적으로 감청하는 과정에서 일본 해군 통신부대가 사령부에 ‘AF에 식수가 부족해 신속히 보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첩보보고 형태의 암호 전문을 확인합니다. 일본이 공격할 AF라는 지역이 미드웨이인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미군은 만반의 준비를 했고, 결국 일본은 참패를 당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연병장에서 열린 제42대·43대 합참의장 이취임식에서 이종섭(가운데) 국방부 장관, 원인철(오른쪽) 전임 합동참모의장, 김승겸 신임 합동참모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첩보와 정보, 그리고 ‘SI’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 해군은 전력상 일본에 뒤처져 있었지만, 감청과 암호해독, 통신정보 수집 활동 등을 통해 전투에서 이기고 전세를 역전 시키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그만큼 정보는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세계 각국이 정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 군 야전교범에 따르면 정보는 임무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적 및 작전지역 환경에 관한 자료를 △수집 △처리·이용 △분석·생산 등의 단계를 거친 종합적인 산물이라고 규정합니다. 첩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정보 생산을 위해 요구되는 자료를 수집해 사용자가 사용 가능한 형태로 처리·이용하는 단계는 거쳤으나 분석·생산 단계를 거치지 않은 산물입니다.

수집된 자료나 첩보는 타 첩보와 연계하거나 기존 정보와 비교해 새로운 정보로 재탄생합니다. 분석관이 수행하는 정보생산을 위한 과정을 거쳐야 정보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정보는 크게 전쟁 수준에 따른 분류와 수집 출처에 따른 분류로 구분됩니다. 우선 전쟁 수준에 따라서는 △전략정보 △작전정보 △전술정보로 구분하고, 수집 출처에 따라서는 △공개 출처 정보와 △비공개 출처 정보로 구분합니다.

이중 공개 출처 정보는 인터넷 정보를 포함해 언론 보도, 정부발간물, 국제기구 및 민간조직 보고서, 학술연구 등 다양합니다. 비공개 출처 정보는 인간정보와 기술정보로 구분하는데, 기술 정보에는 영상정보와 신호정보, 계측·기호 정보 등이 포함됩니다. 3년 전 서해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에 의한 피격된 고(故) 이대준 씨 사건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특수정보(SI·Special Intelligence)는 비공개 출처 정보에 의한 것입니다.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 요청 의견서 및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에 대한 직권남용 등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분별한 SI 공개…‘정보공백’ 우려

SI는 말 그대로 기밀입니다. 비공개 출처 정보이기 때문에 그 출처와 내용은 알려져선 안됩니다. 적에게 누설될 경우 군사작전과 군사정보 활동에 치명적 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적이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알게 되면 이 정보가 오갔던 통신 암호와 주파수 등 정보체계를 바꾼다고 합니다. 이를 복원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립니다. ‘정보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정보원 색출 작업도 이뤄지기 때문에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Humint)를 구축해야 합니다. 적이 의도적인 교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전사(戰史)에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첩보 자산을 보호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이 군에 SI 공개를 요구하고, 이를 입수한 의원들은 민감 정보까지 경쟁적으로 공개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라지만,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군 SI는 더이상 기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군의 민감한 첩보사항들이 임의대로 가공돼 실체 규명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십상입니다. 군사 기밀로서의 정보는 그 특수성 때문에 진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밀’로서의 생명 다한 ‘군사기밀’

군 SI 뿐만 아니라, ‘밈스’라고 불리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까지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Military Intelligence Management System’의 약어인 밈스(MIMS)는 전군 차원의 군사정보를 전파·공유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입니다. 2010년 전력화 된 이후 최근까지도 성능개량이 이어져 최첨단 시스템으로 평가됩니다.

밈스는 합참으로부터 예하 작전사령부와 육군 사단급 이상, 해군 전단급 이상, 공군 비행단급 이상 부대의 정보부서와 합동 정보부대에서 수집한 정보와 첩보를 처리·분석해 지휘통제 및 타격무기 체계에 실시간에 가깝게 전파·공유합니다.

특히 밈스는 각 군의 전장관리 체계와 근 실시간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전군 합동 차원에서 정보·감시·정찰(ISR) 기능의 통합을 가능케 합니다. 생산된 정보는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등에 연동돼 공통작전상황도(COP)에 전시하고 근 실시간 전장상황을 파악해 지휘관의 결심 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밈스는 한미 양국이 함께 사용하는 연합군사정보유통체계(MIMS-C)와도 연동이 됩니다. 이를 통해 미군의 북한 관련 군사정보 원자료를 우리 군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 구성도 (출처=합참지 제51호)
문제는 이 밈스의 경우 그 존재 자체까지 비밀사항으로, 이를 아는 현역 군인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각 부대 정보병과 중 정보참모 정도만 이 시스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가 무슨 의도로 이같은 정보를 언론에 제공했는지 모르지만, 보도된 자체가 보안 사고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밈스에 있던 이 씨 관련 기밀정보 47건이 삭제됐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항이라 밈스 내 자료 삭제가 이 씨 ‘자진 월북’ 판단 배경과 배치되는 정황을 감추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인지 등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군 당국은 원본은 보존돼 있다는 입장입니다. 단, 자료가 실제 삭제됐는지, 아니면 열람할 수 있는 부대와 사람을 축소시켰는지 조차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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