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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등 유럽 각국 도미노 인상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영란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를 통해 금리를 1.25%로 25bp(1bp=0.01%포인트) 올렸다. 2009년 1월(1.50%)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높다. BOE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후 5번 연속 금리를 올렸다.
주목할 건 BOE가 50bp 인상 ‘빅스텝’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이다. 연준이 전날 75bp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직후인 이날은 평소처럼 25bp를 올렸지만, “필요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인상 폭을 확대 신호를 준 것이다. 이날 BOE 정책위원 9명 중 3명이 50bp 인상에 찬성했다는 점도 빅스텝 가능성을 높인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은 인플레이션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 오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여파로 인한 인력난 등이 주요 원인이다.
더 놀라운 건 스위스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이날 금리를 -0.75%에서 -0.25%로 50bp 올렸다. 무려 15년 만의 인상이다. 시장은 당초 동결을 점쳤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결단을 내렸다. SNB는 “조만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더 강도 높은 긴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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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중앙은행(ECB)마저 이례적으로 7월 금리 인상을 직접 언급했다. 일본은행(BOJ)과 함께 완화정책을 고수했던 ECB가 결국 인플레이션 앞에서 백기를 들고 긴축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대란 충격파를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지역이다.
영국, 스위스 같은 선진국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경제 체력이 좋지 않은 나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 긴축의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헝가리 중앙은행은 이날 1주 예금금리를 50bp 깜짝 인상했다. 헝가리 중앙은행은 “가을에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 계속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전날 50bp 전격 인상했다. 최근 11번 연속이다. 현재 금리는 13.25%까지 높아져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금리를 49%에서 52%로 무려 300bp 올렸다. 아프리카 짐바브웨(80%)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의 5월 물가 상승률은 60.7%에 달했다. 이 정도면 나라 경제가 붕괴한 수준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오는 23일 회의를 앞두고 75bp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역시 최근 금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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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1년5개월만에 3만선 붕괴
상황이 이렇자 금융시장부터 반응하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42% 하락한 2만9927.07에 마감했다. 다우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3만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다우 지수는 올해 초 전고점 대비 19%가량 내리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에 이어 공식 약세장 진입을 눈앞에 뒀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유럽·중동·아프리카 투자전략 대표인 아틀라프 카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가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3.14% 내린 7044.98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3.31% 하락한 1만3038.49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39% 떨어진 5886.24에 각각 장을 마쳤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2.96% 내린 3427.91을 기록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최고투자고문은 CNBC에 “대규모로 유동성을 투입하는 이런 인위적인 세계에서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며 “그 과정은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