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학 회장은 재벌가에서 드물게 사관학교를 나와 영관 장교로 전역한 군인 출신이며, 삼성가와 결혼해 삼성, LG 양쪽에서 사장을 경험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말년에는 자식들의 경영권 다툼을 지켜봐야 한 비운의 경영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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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경영에 뛰어들었던 두 형과 달리 구자학 회장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의 길을 갔다. 6·25 전쟁에 참전해 1951년 충무무공훈장, 1952, 1953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그의 신념은 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사업보국’이었다.
선친 구인회 창업주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혼담을 나누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1957년 이병철 회장의 둘째 딸 이숙희씨(고 이건희 회장의 누나)와 백년가약을 맺었고 1959년 소령으로 예편 후 삼성에서 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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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제일제당과 동양TV 등에서 일했고 호텔신라와 중앙개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옛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지냈다.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하면서 LG로 복귀한다. LG에서는 금성사 사장, LG반도체와 LG건설 회장 등을 거쳤다.
2000년 9월 당시 LG유통 FS사업부였던 아워홈을 이끌고 계열 분리했다. 식자재 공급사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식품 제조 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사업분야를 확대했다.
2012년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 회복 청구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이숙희씨도 동참하면서 구 회장의 삼성가 경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구자학-이숙희 부부가 삼성가에 서운한 감정이 많았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자식들의 분쟁으로 편할 날이 없었다.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명예회장이 4녀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부회장) 축출에 나서면서다. 갈등의 골이 깊은 구본성 명예회장과 구지은 부회장을 포함한 세 자매 간의 갈등은 부친인 구자학 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자학 회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