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개적으로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세기의 미남’ 배우 알랭 들롱(86)이 안락사를 결정했다.
알랭 들롱의 아들 앙토니 들롱은 20일(한국시간) 프랑스 라디오 RTL과 인터뷰에서 “최근 아버지가 나에게 안락사를 부탁했다”며 스위스에서 아버지 알랭 들롱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그는 2019년 뇌졸중 수술 후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알랭 들롱은 재산을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앙토니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알랭 들롱 모습(사진=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
알랭 들롱과 4년 6개월 결혼생활 후 이혼한 나탈리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한 바 있다.
알랭 들롱은 지난해 인터뷰에서도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뇌졸중 수술 직전에는 “나이 든다는 건 끔찍하다”며 “우리는 나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알랭 들롱은 잘 생긴 외모와 반항적이면서도 냉담한 듯한 표현 등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르네 클레망 감독의 1960년 작 ‘태양은 가득히’로 세계적인 톱스타로서의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대표작으로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태양은 외로워’(1962), ‘볼사리노’(1970), ‘조로’(1975) 등이 있다.
들롱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과거 부인을 심하게 구타하는 등 가정폭력의 가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명예 황금종려상 수여를 놓고 논란도 있었다. 들롱은 상을 받는 자리에서 “내가 유일하게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내 배우 경력으로, 이 명예 황금종려상은 그러한 내 경력에 주는 것이라 기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