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건설 현장에서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추락 사고가 많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큰 사고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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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3일 오전 10시. 노란색 점퍼를 입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노동부라고 쓰인 하얀색 안전모를 쓰고 나타났다. 안 장관이 ‘현장점검의 날’을 맞아 불시점검한 서울 중구 신당동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이곳은 올해 3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3층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 진행(공정률 25%) 중이었다.
불시점검 나선 안경덕 “70% 이상 안전수칙 위반”
안 장관은 협곡을 지나듯이 구슬땀을 흘리며 옥상까지 올라 직접 곳곳을 훑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서울지방노동청, 안전보건공단 등 동행 인원은 최소화했다. 사람 한 명 걷기에도 비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마다 장관과 점검단이 쓴 안전모가 쿵쿵 부딪혔다. 녹슨 철재가 널브러져 있었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못이 곳곳에 있었다. 기자가 메고 있던 백팩 여기저기도 긁혔다.
이 곳 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안 장관은 “지난달 현장점검의 날에 일제 불시점검을 해보니 현장 70% 이상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안전보건공단이 지난달 두 차례 전국 현장 4595곳을 점검한 결과 3253곳(70.8%)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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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점은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경기도에서 철골 설치작업을 하던 한 노동자가 3층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9월에는 의정부 다세대주택 5층 공사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승강기를 놓기 위해 뚫어놓은 개구부로 넘어져 사망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한데도 건설 산재는 계속 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458명으로 전년보다 30명(7%) 증가했다.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중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은 2019년 50.1%에서 2020년 51.9%로 늘었다. 지난해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 중 236명(51.5%)은 추락 사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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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건설 산재가 늘어나자 투트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집중 현장점검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부와 안전공단은 △안전모·안전대 지급 및 착용 △작업발판 및 안전난간 설치 △개구부 덮개 설치 등 추락 위험 관련 3대 안전조치를 중심으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안전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이동식 크레인과 차량 탑재형 고소작업대의 교체 비용의 절반을 사업장당 1억원 한도로 지원한다. 안전한 작업발판, 추락방지망 구입 비용의 70%까지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공사금액 1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에는 건설재해예방전문 지도기관을 통해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정부가 ‘안전은 권리’라는 기조로 꾸준히 지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장관은 기자와 만나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1순위는 바로 안전”이라며 “추락예방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비용을 아끼지 않고 확대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