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458명 숨졌다…코로나 만큼 무서운 `건설 산재`

안경덕 장관 불시점검 동행취재 해보니
고용부·안전공단 점검에 71% 수칙 어겨
코로나 부진에도 작년 건설사고 사망↑
건설 산재 68% 영세 현장, 안전투자 미흡
“안전은 노동자 권리, 1순위로 지원해야”
  • 등록 2021-08-17 오전 7:11:00

    수정 2021-08-17 오전 7:11:00

이데일리는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함께 지킬 안전 모두가 누릴 권리’를 주제로 연중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산재사고 사망자수는 2946명에 달합니다. 정부의 적극적 산재예방 노력에도 산재 사망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산재 사고는 노동자의 주의 태만보다는 사용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 주로 발생합니다. 안전은 사용자의 의무이자 노동자의 권리입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건설 현장에서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추락 사고가 많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큰 사고가 납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신당동 건설현장을 찾아 안전점검을 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1순위는 바로 안전”이라고 말했다. (사진=고용노동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3일 오전 10시. 노란색 점퍼를 입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노동부라고 쓰인 하얀색 안전모를 쓰고 나타났다. 안 장관이 ‘현장점검의 날’을 맞아 불시점검한 서울 중구 신당동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이곳은 올해 3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3층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 진행(공정률 25%) 중이었다.

불시점검 나선 안경덕 “70% 이상 안전수칙 위반”

안 장관은 협곡을 지나듯이 구슬땀을 흘리며 옥상까지 올라 직접 곳곳을 훑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서울지방노동청, 안전보건공단 등 동행 인원은 최소화했다. 사람 한 명 걷기에도 비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마다 장관과 점검단이 쓴 안전모가 쿵쿵 부딪혔다. 녹슨 철재가 널브러져 있었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못이 곳곳에 있었다. 기자가 메고 있던 백팩 여기저기도 긁혔다.

불과 1시간도 채 안 됐지만 안 장관이 지나간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승강기를 놓기 위해 뚫어놓는 곳인 개구부에 주의 표시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 밟으면 1층으로 추락할 우려가 컸다. 제대로 된 작업 발판이나 안전 난간도 없었다. 폭염에도 충분한 휴식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작업자 13명 중 외국인 노동자 5명에게 충분한 안전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곳 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안 장관은 “지난달 현장점검의 날에 일제 불시점검을 해보니 현장 70% 이상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안전보건공단이 지난달 두 차례 전국 현장 4595곳을 점검한 결과 3253곳(70.8%)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했는데도 건설업 산재 사고 사망자, 추락 사고 사망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단위=명 (자료=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우려되는 점은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경기도에서 철골 설치작업을 하던 한 노동자가 3층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9월에는 의정부 다세대주택 5층 공사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승강기를 놓기 위해 뚫어놓은 개구부로 넘어져 사망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한데도 건설 산재는 계속 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458명으로 전년보다 30명(7%) 증가했다.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중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은 2019년 50.1%에서 2020년 51.9%로 늘었다. 지난해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 중 236명(51.5%)은 추락 사고사였다.

지난해 건설업 추락 사망사고가 중소 규모 건설현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단위=명 (자료=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 투자 늘려야 건설 산재 줄어들 것”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소규모 건설 현장의 미흡한 안전관리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이 집계한 지난해 건설업 공사규모별 추락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공사비 20억원 미만 현장의 사고사망자가 161명으로 전체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의 68.2%를 차지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중소 건설현장은 안전 의식, 안전시설 투자가 미흡해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건설 산재가 늘어나자 투트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집중 현장점검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부와 안전공단은 △안전모·안전대 지급 및 착용 △작업발판 및 안전난간 설치 △개구부 덮개 설치 등 추락 위험 관련 3대 안전조치를 중심으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안전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이동식 크레인과 차량 탑재형 고소작업대의 교체 비용의 절반을 사업장당 1억원 한도로 지원한다. 안전한 작업발판, 추락방지망 구입 비용의 70%까지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공사금액 1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에는 건설재해예방전문 지도기관을 통해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정부가 ‘안전은 권리’라는 기조로 꾸준히 지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장관은 기자와 만나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1순위는 바로 안전”이라며 “추락예방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비용을 아끼지 않고 확대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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