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제조업 종사자의 산재 사망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 늘어나는 종사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영세·중소 사업장은 안전장치 설치에 대한 비용부담을 호소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종사자 회복세에 산재 사고 급증 ‘우려’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고용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종사자 수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산업 종사자 수의 비중이 19%로 가장 큰 제조업은 지난 6월 종사자가 전년동월대비 1만9000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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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불황을 겪었던 제조업은 지난해 2월부터 종사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16개월간 긴 침체기를 보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7만명 수준의 큰 종사자 수 감소폭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감소폭이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5월 다시 증가로 전환된 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종사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제조업은 건설업에 이어 두 번째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지난 3월까지 제조업의 산재 사망자는 669명이었다. 전체 산재 사망자(2946명)의 4명 중 1명은 제조업 종사자였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5월28일 경남 하동군 소재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가공육 냉각 세척기 내부에 담긴 물을 배출하기 위해 배수밸브를 열고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가던 중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냉각 세척기의 스크류 컨베이어에 머리가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같은 달 20일 경남 함안군 소재 공장에서 작업자가 선반의 절삭 날 교체 작업을 위해 산업용 로봇 팔이 움직이는 공간 내부로 들어가 보수작업을 하던 중 로봇 팔이 작동되면서 로봇 팔과 선반 사이에 작업자가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마다 제조업에서 수 백명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영세 사업장의 안전설비에 대한 비용부담이 꼽힌다. 제조업 끼임 사고의 대부분은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체 제조업 끼임 사고 사망자(214명) 중 60%는 30인 미만 사업장(128명)에서 발생했다. 사업장의 규모가 클수록 끼임 사고 발생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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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사업장이 비용부담으로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서 제조업 산재 사고를 키웠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대재해 사고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끼임 사망사고 272건 가운데 사고 발생 기계가 방호 설비 설치 대상인 경우는 132건(48.5%)을 차지했다. 방호설비 설치 대상인 기계에서 발생한 사고 중 방호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것은 115건(87.1%)이나 됐다.
“영세 사업장, 안전장치 설치 적극 지원해야”
고용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달 28일 30인 미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전국 일제 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점검에서 고용부는 원동기, 회전축 등 끼임이 발생할 수 있는 곳에 덮개, 울 등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가동 중 기계·기구에 접근을 제한하는지 여부와 정비, 보수작업 시 해당 기계의 운전 정지, 에너지원을 반드시 차단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봤다. 이어 다른 근로자가 정비, 보수 중인 기계를 조작할 수 없도록 기동장치에 잠금 조치를 하거나, 표지판을 부착하는 등 안전 절차 준수 여부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영세·중소 사업장을 위한 안전설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는 “수출 호조 등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산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특히 영세·중소 사업장에게 노후 설비 교체 비용이나 안전장치 설치 비용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특히 제조업 사업장에선 외국인 근로자도 많이 들어와 있다”며 “이들은 언어도 서툴고 위험 설비에 대한 안전의식도 약해 국내 노동자에 비해 사망사고 발생률도 높은 만큼 철저한 외국인 노동자 안전교육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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