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공매도가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동학개미운동이 거세지며 주식 안 하는 국민을 찾기 어렵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공매도 정치화에 불을 붙인 건 다름 아닌 정세균 국무총리. 이번주 증시인물은 정 총리를 통해 돌아본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
정세균 국무총리가 처음 공매도를 언급한 건 지난 14일. 그는 취임 1년을 맞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해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에도 “제도 개선 없이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다시 한 번 발언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정 총리는 ‘정부의 생각이 아닌 개인의 생각’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의 생각이라 할지언정 행정부 2인자가 하는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 총리가 공매도에 대한 발언을 한 두 마디씩 하자 공매도는 단번에 정치적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 정 총리 발언 이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들이 발언에 열심이다. 우상호 의원은 “불법 공매도 솜방망이 처벌 등을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연장돼야 한다”고 언급했고,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도 “공매도 재개는 자본시장에 독”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매도가 선거에 이용되고 있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3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공매도를 여론전의 무기로 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인들이 공매도에 대해 숟가락을 얹고 있는 반면 정작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해왔으나, 지난 1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속시원하게 말할 수 없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기관인 금융투자협회 역시 원론적인 얘기만 고수하고 있다.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지금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장참여자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이라며 “시장 참여자간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입장차를 좁혀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지극히 경제적 이슈인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한 마디씩 얹다 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선 마음만 졸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공매도 재개냐 연장이냐를 결정하는 주체는 금융위원회가 아니라 여당이 돼 버린 양상이다. 원래 공매도 재개 여부는 금융위 전원회의 멤버가 논의를 통해 정한다. 그러나 유력 정치인들이 공매도 이슈를 채 간 상황에서 금융위의 주축인 관료들은 눈치만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사이 더 불어민주당의 여러 관계자의 입을 통해 공매도 재개냐 금지 연장이냐의 얘기가 쉴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공매도 재개는 선거가 끝나야만 가능하다는 조소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공매도 재개는 재차 연장될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둔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해 볼 때 공매도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시기적으로 여건이 성숙된 후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