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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글로벌 IB가 헤지하는 과정에서 투자한 파생상품으로 상당한 운용수익까지 올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파생상품 거래가 한쪽이 수익을 얻으면 한쪽은 그만큼 손실을 보는 제로섬 구조인 만큼 투자자들의 입는 손해 중 일부는 글로벌 IB의 운용수익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결국 DLS와 DLF를 산 국내 투자자는 글로벌 IB에 수수료를 주고 위험까지 떠안은 셈이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국내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전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졌다.
글로벌IB ‘호갱’된 국내 투자자
20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전체 DLS와 DLF의 ‘백투백 헤지’(Back-To-Back Hedge) 규모는 57%에 이른다. 백투백 헤지는 발행한 DLS와 거의 같은 조건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와 장외파생거래를 맺어 기초자산 가격 변동리스크를 이전하는 방식이다. 즉, 글로벌 IB에 헤지를 맡기는 것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DLS 상품 구조로 국내 증권사 등이 글로벌IB에 백투백 헤지를 맡기면 수수료로 건당 10~20%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독일 금리 연계 DLS와 DLF의 상품 구조를 설계한 곳은 프랑스의 소시에떼제너럴 등 글로벌IB로 전체 50% 이상을 취급한 것으로 IB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현 DLS 상품 구조 그대로 해지할 때 요구하는 수수료가 최소 10%”라며 “상당한 비용 부담 때문에 백투백 헤지를 접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자 수수료도 내고 위험도 떠안아
아울러 글로벌 IB들은 운용수익까지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가 DLS를 ‘백투백’으로 가져와 판매할때 원금 총액을 헤지하는 ‘펀디드 헤지’나 수익이나 손실분만 헤지하는 ‘언펀디드 헤지’ 방식을 적용한다. 주로 펀디드 헤지를 해오던 국내 증권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혼쭐이 난 이후 대부분 언펀디드 헷지로 바꿔 운용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금리 연계 DLS의 경우 금리가 -0.7%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원금 대부분을 날리는 대신 언펀디드 헤지를 통해 옵션계약을 해준 글로벌IB가 반대급부로 이익을 올리는 구조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국내 투자자들은 연 4% 이상의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초고위험 투자상품에 억 단위로 투자하면서 수수료도 부담하고 위험까지 떠안은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금리 DLS손실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금융회사가 위험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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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DLS를 담아 펀드로 만든 자산운용사도 0.3% 수준의 신탁보수를 뗀다. 은행과 증권사는 금리 DLS 판매잔액 8224억원에 1%인 82억원을 수수료 수입으로 챙겼다. 회사별로 추정해보면 우리은행 40억원, 하나은행 38억원, 국민은행 2억6000만원 순이다.
판매사에 속한 직원은 어떨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없지만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핵심성과지표(KPI)상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 유치를 위해 본사 차원으로 압박했는지, 과도한 혜택을 부여했는지는 현장검사에서 들여다볼 포인트 중 하나”라고 했다.
판매사는 투자자가 중도에 해지해도 수수료를 부과한다. 판매액의 약 7%다. 문제가 된 DLS·DLF를 해지한 고객이 많지 않은 이유도 높은 해지 수수료율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글로벌 IB와 국내 증권사 은행 등에 DLS 판매 자체에 대한 책임을 묻긴 어려울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DLS는 법적으로 제조나 판매가 허용된 상품이므로 금투업계 전체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위험성을 내재한 상품인 만큼 위험에 대한 공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다면 판매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DLS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했다는 것만 가지고서는 책임을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