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개월간 법원 회생·파산 신청자 전년比 14%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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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형 조선소나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등이 몰려있는 이른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빚 감면·탕감 신청자가 급증했다. 실제 올 1~2월 울산지방법원에 개인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 사람(764명)은 1년 전보다 무려 29.5%나 늘어났다. 1~2월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경남 창원(1398명)과 부산(1408명)도 각각 26.9%, 24.7%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을 두 배 넘게 웃돈다.
부·울·경 지역에 살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기 어려워져 법원에 채무 감면이나 탕감을 신청한 사람이 대거 불어난 것이다. 법원이 주관하는 개인 회생은 일정 소득이 있는 지급 불능 상태의 채무자가 3년간 빚을 갚으면 채무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개인 파산은 채무 상환 능력이 없다고 보고 파산 및 면책 결정을 통해 빚 갚을 책임을 아예 면제하는 것이다.
창원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조선업계 불황과 그에 따른 지역 경제 악화가 채무 조정 신청자가 많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주력 업종의 구조조정과 통상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내수 경기 침체 등으로 더는 대출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부닥친 제조업 노동자, 자영업자 등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워크아웃 신청자도 4년새 최대…금융당국 “시장 예의주시”
부·울·경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서울(4310명)과 그 외 수도권(7289명) 지역도 지난 1~2월 개인 회생·파산 신청자 수가 작년 1~2월보다 7.4%, 10.5% 늘었다. 광주, 전주, 제주 등도 20%가량 급증했다. 연초부터 전국 법원에 이례적으로 빚 감면 신청자가 몰리는 것이다.
올 1~3월 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자 수는 최근 4년 새 최대 규모다.
앞으로 경기 부진이 본격화하면 이처럼 정상적인 빚 상환을 포기하는 채무자가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특별히 채무 조정 제도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거나 혜택을 강화하지 않았는데도 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한계에 놓인 서민이 적지 않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 지방법원은 물론 금융 당국도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 채무 연체자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 조정 제도 신청자가 증가하는 것은 그동안 개인이 혼자서 끙끙 앓던 빚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채무 조정 신청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