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리나라 맥주가 호평을 받을 때가 있다. 소주를 섞을 때다. 밍밍했던 맛에 감칠맛이 더해진다.
유명 유튜버인 ‘영국남자’도 맥주에 소주를 섞어 시음하는 장면으로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맥주에 소주를 섞은 ‘소맥’ 맛을 본 영국 출연자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소맥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소맥의 혜택을 톡톡히 본 맥주 브랜드가 ‘카스’다. 수치적으로 드러난 통계는 없지만, 소주에 맥주를 탄다면 습관적으로 카스를 찾는다. 주류 업계에서도 한국의 소맥 문화에서 카스가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고 한다. 이는 카스가 2010년 이후 ‘하이트’를 제치는 데 큰 힘이 됐다.
다만 맥주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런 인식이 달갑지만은 않다. 제품이 많이 팔려 좋긴 하지만, 자기네 제품이 ‘맛없다’라고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국 맥주는 소주를 타야 맛이 있다’라는 편견이다.
이런 소맥 딜레마가 잘 드러난 사례가 롯데주류의 ‘피츠’와 ‘클라우드’다. 두 맥주 모두 맥주 맛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 후발주자인 롯데주류는 맛있는 맥주를 표방했다.
클라우드는 ‘물 타지 않았다’라는 콘셉트로 맥주 본연의 맛을 살렸다며 마케팅 했다. 수입맥주와도 맛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여겼다. 초기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이런 클라우드에도 소맥은 높은 벽이었다. 맥주 맛 자체로는 괜찮았으나, 소맥용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다.
1990년대 천연암반수 콘셉트로 OB맥주를 추월했던 하이트(당시 조선맥주)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소맥 딜레마에 빠져 있다. ‘맥주 본연의 맛을 살리는가’, ‘소맥 시장에서 카스와 다시 한 번 대결을 펼치는가’이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나름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싶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이트 외 소맥용 맥주 제품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면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품이 나오게 된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소맥 문화 기저에는 ‘한국 맥주는 맛없다’라는 편견이 있다. 이 편견을 맥주 제조사 스스로가 강화시켜왔다. 이번에는 좀 다를까. 올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맥주 제조사들이 이번엔 소맥 딜레마를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