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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R 분담금 증액 검토…“기존 분담금 제대로 쓰이는지부터 살펴야”
8일 환경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폐비닐과 페트병, 스티로폼 등 재활용 처리 비용 증가에 따라 수거가 지연되고 있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생산 기업들이 EPR 분담금을 증액해 처리 비용을 재활용 업계에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EPR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생산기업과 재활용 업계, 민간위원,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꾸려 지금 생산 기업들이 지불하고 있는 EPR 분담금이 적정 금액인지, 필요시 늘려야 하는지 여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PR은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회수와 재활용까지의 과정을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하고자 지난 2003년 도입한 제도다. 매년 생산 기업에 폐기물의 재활용 목표량을 부여해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달성하지 못한 목표량 만큼 활용되지 못한 폐기물의 재활용 비용을 징수한다.
생산자가 내는 EPR 분담금은 지난 2014년 1000억 7000만원에서 올해 1424억 3500만원으로 4년 만에 40%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재활용 업계는 늘어난 분담금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A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한없이 쌓이는 수거 기피 폐기물들을 만든 책임은 근본적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게 제품을 만들어 생산해온 생산자에게 있다”며 “EPR 분담금을 늘려 재활용 업계의 어려운 형편을 보전하고 원활한 재활용에 힘쓴다면 지금의 비상 사태가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담금의 증액이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금으로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폐기물 처리 책임을 강화하고 국민에게도 적절한 분리수거 행동요령을 홍보하는 등 공공부문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생산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건 맞지만, 분담금을 늘리기 전 이미 업계가 지급 중인 분담금이 재활용에 적절히 쓰이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집단 반발이 있을 수 있고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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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근본 대책 마련에 앞서 수거작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수거거부 문제가 불거진 수도권 지역에 환경부 공무원·한국환경공단 관계자를 2인 1조로 투입해 현장 전수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에서는 수거업체들이 아파트단지에 지급해온 재활용품 판매대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민간 수거업체와 계약을 맺고 재활용 판매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업체에 재활용 수거 업무를 넘겨왔다. 이 비용은 가구당 월 500~1500원 수준으로 각 주민들은 해당하는 금액만큼 아파트 관리비 인하 혜택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 담당자와 수거업체 관계자 간 회의를 소집한 결과, 수거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보전해줄 방법으로 재활용품 판매대금의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해 받았다”며 “각 구청은 수거업체와 아파트단지 간 판매대금 재협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광주시에서는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폐비닐 등 기피품목을 수거해 가는 업체를 별도로 계약하되 수거 비용을 각 주민의 아파트 관리비에서 청구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광주 동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련 예산과 시설 부족을 이유로 이런 방식으로라도 불거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실제 관리비는 400~500원 정도만 오른다지만 이게 1~2년이 되면 부담일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수거업체의 손실을 보전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쓸모없는 재활용 폐기물들이 발생하지 않게 플라스틱 등 사용을 줄이고 올바른 분리수거 배출 요령을 함양할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들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