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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 유통 대기업에서 차장급으로 일하는 직장인 김모씨(39·여). 그는 다섯살배기 아들을 볼 때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다름아닌 둘째를 낳아야 할지 여부다. 주변에서는 “맞벌이라면 둘을 낳아야 한다” “하나만 낳으면 너무 외로워 한다”는 말을 하지만, 김씨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경제적인 부담부터 걸림돌이다. 아기들을 봐줄 ‘이모님’을 찾는 것부터 난관이고, 그나마 잘 구해도 월 200만~300만원은 깨지는 탓이다. 마흔 언저리에 또 육아를 시작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김씨는 “현실적으로 둘째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그래도 요즘은 결혼해도 아기를 낳지 않는 집이 더 많은 것 같아 위안은 된다”고 했다.
산부인과만 유독 감소
16일 이데일리가 국세청의 사업자 통계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10월말 현재 산부인과 의원 수는 1663개로 전년 동월(1690개) 대비 1.60% 줄었다. 이는 다른 병·의원 진료 과목들이 증가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줄어든 것이어서 이례적이다. 세종시(20.00%↑)만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의 산부인과는 확 줄고 있다. 특히 전북(-7.94%) 충남(-5.66%) 충북(-3.92%) 전남(-3.70%) 경남(-2.33%) 등 지방으로 갈수록 큰 폭 감소했다.
정석훈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팀장은 “갈수록 아기를 낳지 않다보니 시장 파이 자체가 확 줄었다”며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 위험도 높아서 요즘은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과·소아과 의원(1만1128개) 증가율이 1.09%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저출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내과·소아과는 전월(1만1130개)과 비교하면 0.02% 오히려 감소했다.
이외에 치과(2.30%) 한방병원·한의원(1.79%) 안과(1.65%) 외과(1.60%) 등도 증가했다. 종합병원과 기타 일반의원 수도 각각 2.04%, 3.31% 늘었다.
애완용품점 창업 급증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족’이 느는 것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주요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말 현재 예식장 사업체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96% 감소했다. 결혼상담소도 1.45% 줄었다. 그 대신 늘고 있는 업종을 보면 ‘나홀로 라이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애완용품점이다. 현재 관련 사업체는 6818개로 전년 동월 대비 21.25% 급증했다.
1인 가구가 반려견 혹은 반려묘를 키우거나, 더 나아가 반려동물을 예컨대 ‘둘째 딸’ ‘셋째 아들’처럼 키우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물병원이 3.89% 증가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동물병원은 신경정신과를 제외하면 병·의원 진료 과목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피부관리업(17.40%)과 헬스클럽(9.02%)이 증가하는 것도 1인 가구의 자기계발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국 편의점 수는 3만7132개로 전년 동월 대비 10.06%나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