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군 만난 KB금융… ISS, 노조측 사외이사 선임 반대

‘대표 이사회 배제’ 정관변경 포함
20일 임시주총 앞두고 모두 ‘제동’
KB금융 外人 투자자 비율 68%
ISS, 이슈 불거질 때마다 ‘방향타’
  • 등록 2017-11-10 오전 6:00:00

    수정 2017-11-14 오전 9:02:39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지난 9월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작 규탄 및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오는 20일 예정된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세계 최대의 의결권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KB노조 측 주주제안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국제 의결권 자문시장의 65%를 차지하는 ISS는 전 세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보고서를 냄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70%에 육박한 만큼, ISS의 반대 의견 제시로 노조의 KB금융 주총에선 사측이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ISS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KB금융의 인수합병(M&A)이나 내부 분쟁 등 고비 때마다 등장한 ISS의 역할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ISS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 전문성 중복”

9일 금융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KB금융 주총 상정안 가운데 KB노조가 제안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참여 배제를 위한 정관 변경 등 2개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윤종규 KB지주 회장 대표이사 선임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ISS는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건과 관련, “과거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며 “기존 이사회에도 법률 전문가가 있어 (하 변호사의) 전문성이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68%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보고서 발표로 KB노조가 제기한 안건 통과는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 측은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주총에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 중 25%가량이 가결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은 “아직 ISS 보고서 전문을 파악하지 못해 KB노조의 판단을 공개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소액주주들에게 3000장 이상의 위임장을 발송하는 등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조 제안 안건 통과를 위해 ‘소수주주권 결집’ 등 주주설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ISS 권고, KB금융 주총 핵심 변수될 듯

ISS의 이번 보고서는 노조의 경영 참여가 이슈로 떠오른 KB금융 주총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ISS는 작년 9월 현대증권 주식을 KB금융지주 주식으로 교환하는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안건은 결국 통과됐다.

이때 ISS는 “KB지주가 상장법인인 현대증권과 비상장법인인 KB투자증권을 합병하기 전에 상장법인인 KB금융과 현대증권의 주식을 맞바꿔 현대증권을 완전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주가가 7210원을 기록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6637원을 훨씬 웃돌았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반면에 지난 2012년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 사례와 관련해, ISS가 이 건을 반대한 사외이사들의 선임에 반대의견을 낸 적이 있다.

KB금융은 2012년 말 ING생명 인수를 추진했지만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로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ING생명 인수를 적극 추진하던 당시 박동창 KB지주 부사장은 이 같은 이사회의 결정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면서 그 이듬해인 2013년 2월 ISS에 ‘ING생명 인수 무산, KB금융 반대 사외이사 4인 연임 이슈’라는 문건을 포함한 이사회 보고자료를 제공했다.

이후 ISS가 일부 사외이사의 선임에 반대한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논란이 일었고, 박 전 부사장은 특정 사외이사들의 선임반대를 유도했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연임에 도전하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도 연임의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KB금융의 지분구조상 외국인 비중이 이미 과반을 넘어서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많이 참조하는 ISS의 보고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대세와 다른 판단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 그 책임을 져야하는 까닭에 ISS의 의견 방향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계열사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바라’의 자회사로 기관투자가 1700여곳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등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기구다. 2012년 기준으로 ISS에서 내놓은 권고안 가운데 74.3%가 의결권 행사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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