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평에 갇힌 삼성]①창사 이래 첫 총수 부재…투자·채용 `꽁꽁`

조직개편·지주사 전환 무기한 연기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 오리무중
미래사업 위한 M&A도 제동 걸려
공백 장기화 땐 쇄신 골든타임 놓쳐
  • 등록 2017-02-20 오전 5:30:00

    수정 2017-02-20 오전 5:3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이 창사 79년만에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이 부회장이 19일 호송차를 타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삼성그룹이 창사 79년 만에 첫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뉴 삼성’의 꿈도 사실상 올 스톱 됐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 수감으로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최소 6개월 가량을 ‘오너’가 없이 이끌고 가야하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이데일리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삼성을 총 6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 혁신안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미뤄진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 등이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또 미래전략실 해체 및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 쇄신 작업과 올해 투자 계획 수립, 채용까지도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도 더이상 어렵게 됐다.

사장단 인사·올 상반기 공채·투자 계획 등 안갯속

지난해 12월 초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두 달 이상 미뤄지고 있는 삼성의 사장단 인사는 이 부회장 구속 사태로 단행 시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이르면 이달 말 특검 수사가 끝나더라도 총수 부재 상황에서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당분간 단행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사장단 인사→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부장 이하 직원인사’ 등으로 이어지는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 우선 임시로 매년 3월 1일 자로 이뤄지는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별 부장 이하 직원인사만 따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올해 상반기 공채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삼성은 그동안 한해 약 1만 4000명 규모의 대졸 신입사원을 상·하반기 공채를 통해 선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 직무적성검사(GSAT)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룹 공채 폐지설까지 나오고 있어, 계열사별로 필요한 최소 인원만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메모리시장의 ‘슈퍼 사이클’에 맞춰 이뤄져야 하는 새해 투자 계획 수립도 오리무중이다. 삼성은 2010년 이후 매년 20조원 이상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시설 투자에 써왔고 지난해에도 25조 5000억원을 지출했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가전 공장 신·증설 등 추가 투자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분기별로 반드시 필요한 금액만 그때그때 집행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려진 2014년 5월 이후 이 부회장 주도로 이뤄져온 기업 인수합병 및 매각 작업은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년여 동안 ‘선택과 집중’을 위해 방산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고 지난해 11월 글로벌 1위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기업 ‘하만’(HARMAN)을 80억 달러(9조 3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대형 빅딜을 차례로 성사시켜왔다. 이 기간 이 부회장이 주도해 사들인 하만과 AI(인공지능) 기업 ‘비브랩스’(VIV Labs) 등 15개 업체는 모두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투자 개념의 인수 작업이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수감으로 인해 인사나 채용, 투자 계획 수립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언제쯤 가능할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지배구조 개편 등 쇄신안 ‘올 스톱’

삼성이 그동안 추진해오던 미전실 해체와 지배구조 개편 등 그룹 쇄신 작업도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전경련 탈퇴 △미전실 해체 △삼성 특검 이후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에서 발생한 이익금 환원 등 쇄신안 세 가지 중 실제 이행된 것은 전경련 탈퇴 뿐이다. 나머지 2개는 특검 수사가 끝나면 이행될 예정이었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미전실 해체는 지난 6일 삼성전자의 전경련 탈퇴원 제출 당시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그룹 2인자인 최지성 미전실 부회장이 당분간 그룹을 이끌 수 밖에 없게 돼 올 상반기 중에는 해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당분간 추진하기 힘들어졌다. 애초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중순 열릴 예정인 ‘제 4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5월 말께 지주회사 전환의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등기이사 선임 이후 첫 주총에 이 부회장이 참석할 수 없게 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인 외국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부터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수 부재 상황이 길어지면 삼성 쇄신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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