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6]"아무도 풀지 못한 인공지능 숙제, 스스로 답 찾아라"

뇌과학자·인공지능 연구자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과 교수
"'알파고 충격' AI에 가져올 미래에 눈뜨게 만들어"
"인간과 기계 공생, 기계에 달린 문제…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 등록 2016-06-02 오전 6:00:00

    수정 2016-06-02 오전 6:00:00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자동차 사고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꼭 매듯 ‘강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인공지능(AI)시대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1일 뇌과학자·인공지능 연구자인 김대식(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AI를 필두로 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답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인공지능 등장, 지구의 ‘갑’ 인간에서 기계로”

김대식 교수는 “알파고 충격으로 우리가 인공지능 문제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눈을 뜬 것은 행운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고 아쉬워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 해결하기보다 외부에서 정답을 찾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 70년 동안 우리나라의 미래는 유럽이나 미국의 과거였기에 항상 물어볼 곳이 있었고 거기에 익숙해져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누구도 답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4년 전 등장한 기계학습 방식인 딥 러닝(Deep Learning)은 인공지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이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약인공지능(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단계로 나아갔다. 알파고처럼 바둑을 더 잘 둔다든지 로보어드바이저처럼 투자 수익률이 더 높다든지 특정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인공지능이 지금 단계보다 더 강해져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것이다. 이른바 강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지능수준이 높고 종합적 판단이 가능한 데다 주체성까지 확립한 상태를 말한다.

강인공지능에 맞서 인간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 교수는 “기계에 독립성이 생겨 강인공지능으로 나아간다면 더 이상 인간이 해결할 수 없다”라며 “기계와 인간이 공생할지 여부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낙지와 인간을 사례로 들었다. 덜 똑똑한 존재인 낙지와 더 똑똑한 존재인 인간이 만났을 때 낙지의 생사는 인간이 낙지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전, 낙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싸운다, 두 번째는 도망간다, 이 모두 인간에게 유리하다. 낙지가 살아남을 마지막 방법은 인간 스스로 낙지를 안 먹겠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강인공지능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기보다 인간이 지구에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인공지능 진화하는데…韓 ‘정답’만 좇아 제자리걸음

지구의 주도권을 쥐어온 인간의 갑(甲)역할을 위협할 강인공지능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그는 진단했다. 지금의 기술로는 어려운 것은 물론 그 누구도 강인공지능을 만들려 하지 않지만 인공지능 스스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이 아니라 학습만 하면 뭐든 할 수 있는 범용적 인공지능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범용적 인공지능이 독립성을 학습한다면 인간의 제어에서 벗어나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강인공지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우리보다 앞서나갔던 서구의 몫이라 생각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그 누구도 답을 모르는 데까지 왔지만 여전히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남이 했던 정답만 찾는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강인공지능 시대에 앞서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파고 충격 이후 인공지능 시대를 가장 걱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약인공지능”이라고 걱정했다.

☞ 김대식 교수

김대식 교수는 카이스트 전기·전자과 교수이자 건명원 교수로 주 연구분야는 신경과학과 사회신경, 인공지능(AI)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결로 기대와 함께 우려가 커지는 지금,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기계와 다른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빅퀘스천’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인간 vs 기계’ 등의 책을 냈다. 독일 다름슈타트 컴퓨터공학·심리학 학사를 마치고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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