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경제학]②저항 없는 세금…광풍수혜는 정부?

  • 등록 2016-03-01 오전 8:05:00

    수정 2016-03-01 오전 8:05: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1월 1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이네는 찢어지게 가난했다. 가장인 김성균은 자장면 배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고 네 식구가 단칸방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첫째 아들 정봉이 모으던 올림픽복권이 1등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았다. 정환이네 가족은 대궐 같은 집으로 이사했고 김성균은 금성전자 대리점 사장이 됐으며 당시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차도 한대 뽑았다. 엄마 라미란은 “나 졸부야”라고 말하며 거리낌 없이 돈을 빌려주고 밥도 척척 산다.

복권은 이렇게 인생역전을 꿈꿀 수 있는 서민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국가가 복권제도를 갖고 있고, 국민이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복권을 한 두 장씩 사모으는 것도 비슷하다.

복권은 국가 차원에서도 유용한 조세수단이다. 복권판매 대금의 일정 부분이 공적기금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권 한 장을 사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는 셈이다. 정부가 복권 사업을 장려하는 이유다.

싱가포르 한 해 GDP 맞먹는 전 세계 복권시장

29일 복권관련 전문지 라플레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 세계 복권시장 판매액은 2843억2800만달러다. 한화로 약 352조원 수준으로 싱가포르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복권 판매규모는 2006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왔으며 2014년에는 7.9% 늘었다. 세계복권협회가 집계한 작년 1~9월까지 전세계 복권 판매액은 전년 동기대비 2.5%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복권판매액은 3조2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6.8% 늘어난 것으로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경기보다는 판매점과 복권판매 방식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며 “판매점이 늘어난데다 재작년 7월에 도입한 연식발행 효과가 작년에도 이어지면서 복권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저항없는 조세…일각에선 빈곤층 과세 비난도

복권은 사실 조세수단이나 마찬가지다. 복권 판매액의 상당부분을 공공사업을 위한 기금이나 세금으로 떼어가기 때문이다. 로또 한게임당 판매금액 1000원 중 당첨금과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복권기금으로 적립된다. 대락 420원 정도다. 또 미수령 당첨금도 복권기금으로 귀속된다. 이 기금으로 정부는 주거안정사업, 소외계층 복지사업, 문화예술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또 당첨될 경우 5000만원부터 3억원 이하까지는 22%, 3억원 초과할 경우 33%를 소득세로 내야 해서 국고도 채워진다.

미국 파워볼의 경우 전체 복권 판매액의 약 3분의 2가 중앙정부와 주정부로 들어간다. 파워볼 한장을 2달러 주고 사면 이중 80센트는 정부가 가져가고, 이후 당첨자가 나오면 당첨금을 손에 쥐기도 전에 25%가 연방정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이후 주 법에 따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파워볼 광풍의 진정한 수혜자는 당첨자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세금을 올리면 국민의 반발이나 저항이 세지만 복권은 그렇지 않다. 어차피 요행을 바라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해도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이들은 없다. 파워볼과 같이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복권 프로그램을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지지하는 것도 주정부 예산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 복권이나 카지노 수입은 우회적으로 가장 쉽게 걷는 세금이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복권에 대해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도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희생없는 조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민들이 주로 복권을 산다는 점에서 빈곤층에 대한 과세라는 비난도 있다. 파워볼의 경우 당첨확률이 2억 9220만분의 1에 불과한데 허황된 꿈을 심어주면서 복권 구입을 종용하는 것은 결국 서민 등쳐먹기라는 지적이다.

복권을 살 때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크기 때문에 복권도 사행산업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복권 열풍이 지나치면 사행심을 자극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2011년 국내에서 연금복권을 선보였을 때 연일 매진되면서 그해 복권 판매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기미를 보이자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복권 판매 중단 권고까지 했다.

오락문화로 자리잡은 복권

그러나 복권 구입 단위가 크지 않고 당첨 확률이 낮은 만큼 하나의 오락문화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초에 로또를 사면 1주일간 당첨될 수도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로또 산 값을 충분히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작년 11월 전국 만 1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복권에 대해 ‘당첨이 안 돼도 좋은 일’(72.9%), ‘나눔행위’(73.5%), ‘삶의 흥미/재미’(67.4%)와 같은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일확천금을 좇는 도박’이나 ‘돈 낭비’라는 답이 각각 58.1%, 57.4%인 것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가 더 높은 것이다. 종합적으로 ‘복권이 있어서 좋다’는 답은 68.1%로 전년대비 5.2%포인트 높아졌다.

빈곤층 과세라는 지적도 경우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 로또복권 구입자를 보면 소득 3분위 이상인 가구가 69.4%를 차지했다. 복권 구매자 중 55.3%가 월소득 400만원 이상이었고 199만원 이하는 5.9%에 불과했다. 복권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역진세(regressive tax)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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