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이 담보라면?" 기상천외 대기업 면접 대응법은

기업들 차별화된 우수인재 채용 위해 면접서 상투적 질문 탈피
유통사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나에게 팔아보라는 질문도 등장
대한항공 사건 여파로 인간적 모욕을 당했을 때 관련 질문 늘어
  • 등록 2015-03-10 오전 5:00:00

    수정 2015-03-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시내 신호등은 모두 몇 개인가?” “발주권을 가진 아프리카 부통령이 발주 댓가로 뇌물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 입사면접에서 등장한 ‘기상천외’한 질문들 중 일부다. 기업 면접에서 지원자들의 상식과 예상을 뛰어넘는 질문이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학원들이 면접까지 기업별·업종별 특성에 따라 시물레이션 해주는 등 취업 사교육이 진화하면서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지원자의 창의적인 대응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꺼내 든 고육책이다.

특히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이후 ‘상사에게 인간적인 모욕을 당했다면?’, ‘회사 내부 비리를 알게 됐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냐?’ 는 등 회사 내부에서 발생 가능한 부정적 상황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묻는 질문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훈민정음이 담보라면 대출금액은?”

기업평가 사이트 잡플래닛에 따르면 K은행은 지난해 신입 공채 입사 면접에서 “훈민정음이 담보라면 얼마까지 대출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을 꺼내들어 지원자들을 당혹시켰다. H은행에서는 무성영화를 틀어놓고 지원자들에게 즉석에서 대사를 만들어 더빙을해보라고 요구했다. 임기응변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외국계 컨설팅 업체 면접장에서는 ‘국내 자장면 집의 하루 매출을 추산해 보라’는 질문이 등장했고, IT기업인 A사의 면접관은 지원자들에게 ‘서울 내의 신호등은 모두 몇 개인가’를 물었다. 한 제조업체에서는 ‘네팔의 에베레스트를 한국으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물어 지원자들을 난감케 했다.

면접관들이 이처럼 ‘황당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하나다. 철저하게 준비해온 이들을 무장 해제시켜 지원자들이 갖고 있는 창의력과 지적 능력 등 본질적인 경쟁력을 재단해 보려는 것이다. 당황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상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인 질문인 만큼 흥분하거나 당황하는 순간 탈락이다.

이중에서도 ‘서울의 전봇대 개수는’, ‘보잉 747에 탁구공이 몇 개나 들어가는가’ 등과 같은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게스티메이션’(guestimation)이라 불리는 면접법이다. 193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다. 구직자는 완전한 정보 없이 추측(guess)과 추정(estimate)을 통해 주어진 시간내에 가장 합리적인 답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

이동배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논리적으로 추론해 나가는 과정을 보려는 게 목적인 질문들”이라며 “답변을 포기하지 않고 ‘50미터마다 1개씩 있다고 가정할 때’라는 등 논리적으로 전제를 정한 뒤 정리해 답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사 비리 알았다면 어떻게?”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 지원자들에게 직장 상사의 부정행위나 내부 비리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 지를 묻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부연 잡플래닛 팀장은 “시기별로 질문의 경향도 많이 달라진다”며 “과거에서도 유사한 질문들이 있긴 했지만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이후 기업 면접에서 확연하게 비리 관련 대처를 묻는 질문들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상사가 부도덕한 일을 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사가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더 비싼 가격의 원자재 수입처와 계약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같이 일하는 직원과 큰 공을 세웠는데 그 직원에게만 혜택을 주고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안 주면 어떻게 하겠느냐’, ‘선배의 비리를 알게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하겠느냐’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종류의 질문은 업종 구분없이 다양한 기업의 면접장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동배 교수는 “부정을 숨기겠다는 게 정답은 아닐 것”이라며 “조직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답변에 ‘우선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가 담긴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창의력 요구형>

Q.지하철 사고로 몇일동안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Q.자기 자신을 스포츠에 비유해 표현한다면?

Q.지금 차고 있는 손목 시계를 나에게 팔아보라.

Q.내가 슈퍼마켓의 새로운 CEO라면 첫번째 연설문을 어떻게 쓸 것인가?

<게스티메이션형>

Q.서울에 쥐는 몇마리가 사는가?

Q.서울시내 짜장면 집 하루 매출은 평균 얼마나 될까?

Q.부산시내 신호등은 몇개인가?

Q.보잉 747기에 탁구공이 몇개나 들어갈까?

<부정·비리 대처형>

Q.직장 상사나 선배의 부정을 알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Q.대형 거래처 임원이 계약체결을 조건으로 뇌물을 요구한다면?

Q. 은행 시제(결산)가 맞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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