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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고대구로병원 병원학교 수업 중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혜원(7·가명)양에게 쏠렸다. 임지현 미술치료사가 혜원이의 퇴원 소식을 전하며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음달까지는 꼼짝없이 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김도형(10·가명)군은 로봇 장난감에 눈을 떼지 않은 채 퇴원하는 혜원이에게 “부럽다”를 연발했다. 이유 없이 몸이 퉁퉁 붓는 소아신증후군을 앓고 있는 도형이는 2012년부터 5차례나 입원했다.
병원학교는 장기 입원이나 통원 치료로 인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병원 내에 설치된 학교시설이다.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전국적으로 31곳이 있으며 이 중 10곳이 서울에 몰려 있다.
건강 장애 아동으로 등록한 학생은 학기 중 병원학교에서 수업에 참석하면 출석으로 인정받아 출석 일수 미달로 인한 유급을 피할 수 있다. 초등학생은 하루 1시간 이상, 중고생은 2시간 이상 병원학교 수업을 들으면 출석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날 고대구로병원 병원학교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미술치료 수업에 5세부터 18세까지 7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수업 참가 학생은 언제나 들쑥날쑥하다. 아이들이 진료받는 시간과 수업시간이 겹치면 병원학교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구로병원 병원학교에는 지난해 기준으로는 연인원 947명(중복포함)이 수업에 참여했다.
임지현 미술치료사는 “수업 시작 전 참가하는 어린이들의 병명과 특이사항을 확인한 뒤 강의를 시작한다”며 “예를 들어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학생이 오면 비치된 과자를 모두 치운다. 또 연령대가 낮은 학생이 많이 참가한 경우 아이들의 악력을 고려, 가장 무른 점토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자유주제’로 진행된 이날 미술수업에서 아이들은 점토와 크레파스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스스로를 표현했다. 다리에 종양이 생겨 입원한 이단비(8·가명)양은 하얀 눈밭에 서 있는 2명의 눈사람을 만들었고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은 김혜은(13·가명)양은 점토로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를 만들었다.
병원학교에 출석한 한 환아의 학부모는 “병실에서는 스마트폰 게임만 하는데 수업도 듣고 다른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고 반가워했다.
가장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수업에 참여한 도형군에게 병원학교 수업과 일반학교 수업의 차이점을 묻자 “체육수업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형군은 “학교 체육수업은 공도 차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데 병원학교에서는 할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도형군의 바람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렵다. 병명이 다양하고 면역력까지 약한 환아들이 무리하게 체육수업을 하다 다칠 경우 공들였던 치료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병원학교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병원학교는 체육수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도 도형이가 빨리 건강해져 친구들과 재밌게 체육수업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