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 연극컴백 홍은희 "긴장감 주는 무대 행복하다"

연극 '멜로드라마'서 큐레이터 역 맡아
2008년 '클로저' 이후 연극 나들이
"동료들과 연극 연습하는 시간 그리웠다"
내달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등록 2015-01-12 오전 6:42:00

    수정 2015-01-12 오전 6:42:00

연극 ‘멜로드라마’에서 완벽주의자 큐레이터 서경 역을 맡은 배우 홍은희(오른쪽)는 “가까이 있으면 자기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다”며 “한발짝 떨어져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멜로드라마’ 안에 있다”고 말했다(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정색 정장치마를 입은 이지적인 모습의 큐레이터가 페리시안 롭스의 그림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앞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프로이트가 말하길 욕망이란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큰 반동으로 튀어나온다는 겁니다. 마치 터지기 바로 직전의 고무풍선처럼 말이죠.” 오늘의 할 일을 10분 단위로 체크하고 하루 10분 부부의 대화시간도 꼭 지키는 완벽주의자 서경을 연기하는 사람은 배우 홍은희. 음치에 가까운 노래 실력으로 성당에서 찬송가를 열심히 따라부르는가 하면 자신을 흔드는 연하남의 명함을 버려놓고선 몰래 사진으로 번호를 찍어가기도 한다.

배우 홍은희가 무대로 돌아왔다.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닌 오롯이 배우로서 무대에 선 홍은희는 남편과 연하남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부녀 서경의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했다. 홍은희는 내달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 공연되는 연극 ‘멜로드라마’에서 지적이며 자기 통제가 완벽한 큐레이터 서경 역을 맡았다.

2008년 ‘클로저’로 처음 연극에 데뷔한 이후 6년 만이다. 홍은희는 “두 번째 연극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배우에게 무대라는 공간은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하지만 6년 만에 서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극복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 “연기선배인 남편 유준상이 긍정적인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진한 키스신도 소화한다고 하니 연습실을 급습하겠다고 하더라. 하하.”

‘멜로드라마’는 ‘사랑이 과연 의무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해답을 찾아가는 다섯 남녀의 이야기다. ‘불륜’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넘어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의 사실적인 모습을 그렸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그날들’ 등으로 유명한 연출가 장유정의 연극 데뷔작이다. 2007년 초연됐고 2008년 재공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서경과 나의 공통분모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 겉으론 차갑고 도도하지만 여린 마음을 감추고 사는 게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이 배우다 보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모습 등도 와 닿아서 캐릭터 이해가 수월했다.”

그간 TV 토크쇼와 CF 등에서 간간이 얼굴을 비춰온 홍은희는 지난해 8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편에 출연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긍정적이고 야무진 성격이 대중의 호감을 샀고 화장품, 생활가전, 의류 등의 광고섭외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면서 공연준비까지 하는 게 힘들진 않았을까. 홍은희는 오히려 “연습을 하고 싶어서” 연극에 다시 도전했단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로 관객과의 소통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료와 연습하는 시간이 그리웠다. 과정은 힘들어도 지나고 보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연습시간이다. 연습과정을 통해 다져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좋다.”

6년 전 첫 연극무대도 같은 장소였다. 하지만 극장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홍은희는 아직 공연 초반이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공연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어젯밤 공연에서야 비로소 긴장이 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은 무대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혼자 혼란스러운 시간도 겪었다. 공연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긴장감이 주는 시너지와 행복감을 즐기려 한다. 매회 거듭하면서 조금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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