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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신문 창간 2주년을 맞아 부동산114와 함께 전국 아파트를 △20억원 초과(상위 0.1%) △12억원 초과~20억원 미만(상위 1%)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상위 2%) △6억원 초과~9억원 이하(상위 7%) △3억원 초과~6억원 이하(상위 30%) △3억원 이하(하위 70%) 등 모두 6개 가격대로 나눠 분석, 부의 계급화가 이뤄진 대한민국 부동산의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강남에 흔한 아파트… 전국에선 상위 1%
얼마 전 한 아파트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왔다. 지은 지 31년 됐고 방 3개에 거실·주방·화장실·다용도실·베란다 등을 갖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용면적 84.81㎡(32평형)짜리 아파트다. 해당 단지가 있는 동네에서도 역시 평범한 물건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 매매가는 12억원 선으로 집값이 전국 상위 1%다. 재건축 추진 단지로 9·1 부동산 대책 이후 호가가 수천만원씩 오른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아파트 얘기다.
집값이 12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를 강남에선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대치·도곡동 등 서울 대표 부촌에서는 ‘재건축 추진’ 꼬리표가 붙으면 전용 85㎡ 이하 중소형도 12억원을 거뜬히 넘긴다. 전국에서 이 구간 아파트 물량은 6만6559가구로 전체 657만9219가구의 1%에 불과하지만, 강남구에는 2만4102가구로 지역 전체 물량(9만9169가구)의 24.3%에 해당한다. 아파트 4채 중 1채가 상위 1%에 속하는 셈이다. 서초구와 송파구를 포함한 강남3구로 지역을 확대하면 이 구간 아파트는 5만1872가구로 전국 물량의 절반이 넘는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자 취득세율 3% 과세 구간인 9억원 초과(1가구 1주택) 고가 아파트 물량도 강남3구가 압도적이다. 이 구간 강남3구 아파트는 10만7708가구로 전국 물량(15만851가구)의 70%가 넘는다. 강남구에서는 9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4만5887가구로 전체 물량(9만9169가구)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전국에선 2%에 불과한 비싼 아파트가 강남구에선 두 집 중 한 집 꼴로 흔한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부의 커뮤니티가 탄탄한 강남권은 도시 월급 생활자가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 내 집 마련을 하기엔 아파트값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소득에 따른 계층간 장벽이 더욱 공고해져 중산층 이하가 번 돈을 모아 강남에 진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귀한 3억원 이하 물건…전국 아파트 70% 해당
우리나라 서민들이 가장 많이 살며 전국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3억원 이하 아파트도 강남구에선 고작 3.8%(3804가구)에 불과한 귀한 물건이다. 서울에서도 전체 23.3%(28만8348가구)만 이 구간에 속한다. 연봉 3000만원인 직장인이 1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만질 수 있는 큰 돈으로도 서울에서는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다.
전국에서 3억원 이하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지역(121만1411가구)이지만, 두번째는 부산(39만8808가구)으로 집계돼 비싼 서울 집값을 실감케 한다. 서울에서 3억원 이하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7만4875가구)로 전체 물량의 60%가 넘었다. 이어 구로구(2만4726가구)와 강서구(2만2467가구) 순으로 물건이 많았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 PB팀장 “정부가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규모 택지 공급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에서는 저렴한 3억원 이하 아파트가 조만간 사라질 수도 있다”며 “서민들이 원하는 지역에 내 집 마련을 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