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노른자위 지역에서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한 신규 분양 물량이 잇따르면서 김씨와 같은 딜레마에 빠진 주택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강남에서는 당장 이달 잠원동 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잠원’(9월)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강남구 논현동 e-편한세상 경복’(10월),서초구 반포동 ‘e-편한세상 반포한신’(11월) 등이 줄줄이 일반분양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조합원 입주권과 일반분양 물량은 청약 자격, 가격 부담, 세제 혜택 등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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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일대에서는 10여년 만에 새로 공급되는 래미안 서초 잠원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35층 7개 동에 총 843가구(전용면적 59~133㎡)로 이뤄졌다. 조합원 물량을 뺀 126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 중 125가구가 전용면적 84㎡로 이뤄졌다. 잠원동 일대에서는 10여년 만에 새로 공급되는 단지다. 잠원동은 전체 아파트의 절반이 1990년대 이전 지어졌고 가장 근래에 공급된 롯데캐슬갤럭시 2차도 2004년 입주를 마쳤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맞붙은 역세권인데다 우수 학군을 갖춘 한강변 아파트인 만큼 청약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2987만원으로 인근 반포동 아파트보다 저렴한 편이다. 유재환 잠원한신공인 대표는 “래미안 서초 잠원 85㎡형 저층의 경우 분양가가 9억원을 이하로 단지와 2km 떨어진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의 같은 면적 전셋값(8억9000만원) 수준”이라며 “좋은 입지에다 가격도 경쟁력을 지닌 때문인지 분양 문의도 많고 조합원 입주권 거래도 꾸준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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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합원 입주권과 일반분양분은 아파트 특성과 비용 부담, 세금 혜택 등 투자 여건이 각기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입주권은 일반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이나 청약가점과 무관하다. 청약통장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또 일반분양 물량에 비해 대체로 층·향·동이 좋은 게 매력이다. 인근 에덴공인 황은정 실장은 “조합원 물량은 대부분 남향인데 반해 일반분양분은 동향인 경우가 많다”며 “분담금도 다 같은 게 아니라 입주할 아파트 위치에 따라 2000만(저층)~1억원(로열층)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입주권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하다. 입주권은 계약 뒤 1~2개월 안에 잔금을 모두 치러야 한다. 한 번에 현금을 9억원 이상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머지 추가 분담금은 입주 때까지 여섯 차례에 나눠서 내면 된다. 또 분양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입주 후 분담금이 불어날 우려도 있다.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5년 간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6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도 일반분양 물량에만 주어진다. 양도세를 면제받으려면 주택법상 주택으로 인정돼야 하지만 입주권은 집이 아닌 일종의 권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래미안 서초 잠원 일반분양분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당첨된 아파트 동·호수가 조합원 입주권보다 나쁠 수 있고, 사람이 몰릴 경우 높은 청약 경쟁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과장은 “4·1 부동산 대책으로 무주택 기간이 긴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가점제 비중이 줄고 추첨제(25→60%)가 확대되면서 유주택자의 청약 당첨 확률은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시장 호황기라면 동·호수가 좋아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조합원 입주권이 유리하다”며 “하지만 최근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입주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크게 낮은 급매물이 아닌 한 일반분양을 택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