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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에 한 번 치르는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호를 이끌어 갈 새 선장을 뽑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75.8%의 전례 없이 높았던 투표율이 말해주듯이 많은 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치러졌고 그 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과 지역균열의 심화라는 문제와 함께 경제민주화와 민생, 복지, 정치쇄신 등 당면과제에 대한 논의와 성찰도 있었다.
모든 경쟁이 그렇듯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이번 선거는 문자 그대로 보수와 진보세력이 각각 총 결집하여 대결한 양극화된 선거였다. 2030과 5060세대가 정면으로 부딪힌 세대 대결의 선거였으며, 호남과 영남이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인 지역균열의 선거였다. 그러다보니 그 여파 또한 만만치 않다. 진보세력과 2030세대들은 선거 패배의 후유증이 너무도 심각하여 소위 멘붕상태에 빠져 있다고 하고, 일부 젊은 네티즌들은 5060 세대에 대한 적개심의 표현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세력의 구심점을 자처하던 민주통합당은 선거패배로부터 스스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의 과정을 겪고 있으며, 안철수 전 예비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기성정치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자가 후한 법이니 우선 당선인측이 먼저 화해와 통합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더욱이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그토록 강조해오지 않았던가?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임명은 패자에 대한 도발이요, 승자로서의 오만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큰 잘못이었다. 당선인으로서 윤씨를 그 자리에 임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 해도, 그것이 국민의 화해와 통합보다 중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박 당선인은 과정의 민주성에 더 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도록 제도화하고 논의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비록 결론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승복하게 하는 힘을 갖는다. 야권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집단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두고 생각이나 이념의 차이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함께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 시에는 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거과정에서 서로의 가치와 이념에 따라 각각 다른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보수와 진보로 갈리고 스스로 진영논리에 빠져 국민을 선동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고 자손들에게 물려줄 조국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그들이 선거운동을 한 진정한 목적이 특정 진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면 더 이상의 분열과 비난은 옳지 않다. 오로지 우리나라를 위한 건강한 토론과 협력만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