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예고된 조정

  • 등록 2008-10-15 오전 7:53:19

    수정 2008-10-15 오전 8:20:57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사상 최대 폭등 뒤에 찾아온 예고된 조정이었다.

그렇다.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올라타긴 했지만 귀향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폭풍속에 입은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린다. `드디어 살았다`는 구원의 기쁨에서 깨어난 뒤 밀려든 현실에 대한 자각은 쓰디 썼다.

이날도 구제안 발표는 이어졌다. 미국 정부는 이날 7000억달러 구제금융의 첫 단계로 2500억달러를 들여 은행들의 우선주를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체적인 구제안을 발표했다.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처음으로 제 궤도를 찾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등에 떨어진 불에 가려져 잊고 있었던 경기후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구제안도 경기후퇴는 막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지금은 어닝시즌이 아닌가. 기업들은 마진율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위기 속에 자본조달 비용은 늘어난 반면 소비 위축으로 매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이날 소매주와 기술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던 배경은 여기에 있다.

다행히 이날 발표된 존슨앤존슨(J&J)과 인텔의 실적은 월가 전망을 웃돌았다. 그러나 펩시코는 악화된 실적과 함께 감원 소식을 전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는 `심각한 후퇴 국면(serious recession)`으로 향하고 있다"며 "정부의 조치들은 상황이 훨씬 악화되는 것을 방어할 뿐 추세를 바꿀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뉴욕대 경제학과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과 경제에 여전히 상당한 하강 리스크가 남아있다"며 "우리는 혹독한 리세션과 혹독한 금융권 손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6년 일찍이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루비니 교수는 실업률이 9%로 치솟고, 집값이 15% 추가로 떨어지면서 경기후퇴 국면이 18~24개월 이어질 것으로 비관했다.

토포스 LLC의 마크 그로즈 이사는 "환자(금융시스템)에게 수백 볼트의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다시 뛰게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퇴원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프스 서드 자산운용사의 마크 데모스 펀드매니저는 "기업들이 매출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안좋아질 것인지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세대만에 찾아올까 말까 한 매수 기회`라는 외침은 잦아들었다. 대신 경계론이 득세했다.

씨티내쇼날뱅크의 리처드 와이스 수석투자책임자(CIO)는 "현 시점에서 양 발 모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우리는 아직 숲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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