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또 결례…홀대받는 ''MB 외교''

백악관 "부시 내달 5일 방한" 불쑥 발표…靑은 "실수" 감싸기
  • 등록 2008-07-03 오전 8:07:56

    수정 2008-07-03 오전 8:07:56

[노컷뉴스 제공] 이명박 정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외교적 무시'를 당하고 있다. 쇠고기 시장까지 다 내주고 한미동맹을 복원시켰다고 자랑했지만 미국으로부터 이명박 정부에게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하대'뿐이다.

데니스 와일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베이징(北京) 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가는 길에 8월 5∼6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1일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가 진행중이며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두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한미 양국이 부시 대통령의 방한일정을 조율중에 있었으나 와일더 선임 보좌관이 개인적인 실수로 기자들에게 잘못 얘기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사과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뒤늦게 해명하고 나섰다.

정상회담 일정은 관련국이 상호조율하에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외교 관례'이다. 그러나 미 백악관이 이러한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벌써 두번째다.

미 백악관의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언론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7월말에 서울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밝혀 물의를 빚었다.

당시 청와대 핵심당국자는 "공식적으로 같이 발표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기자들이 둘러싸인 자리에서 대답을 해 우리도 그 배경을 물어봤다"고 당혹스러움과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같이 한미 양국사이에 '불협화음'이 거듭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한미간 채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미국측으로부터 외교채널을 통해 사과를 받았으며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저자세를 보였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외교관 출신이 아니고 'CIA'출신이어서 '외교관행'에 익숙지 않아 실수를 했다"며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이때문에 미측이 '사과'다운 '사과'를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이 든다. 이에대해 외교부 안팎에서는 미 행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를 파트너로서 존중보다는 얕잡아 보거나 쇠고기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쌓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미국측에 전략적 약점을 노출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부시 행정부측에 가볍게 보인 결과 이같은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이와관련, 최근 "李 대통령이 공식적인 부시의 애완견인 토니 블레어(영국의 전직 총리)를 대체할 '강력한 경쟁자'처럼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부시의 한국 방문을 애걸복걸(tout)했다"고 보도했다. 미측은 부시 방한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데 한국측이 성가시게 군다는 뉘앙스다.

또다른 분석은 미국이 한국 쇠고기 시장을 전면개방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한국내 촛불시위로 인해 미국 쇠고기 품질이 국제적으로 의심을 받는데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3일"백악관은 요즘 李 대통령에게 감동하지 않고 있다"(White House is not thrilled with Lee these days)면서 한국내 쇠고기 사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쾌감을 그대로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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