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월가를 둘러싼 각종 기대심리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고있어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랭하다. 자산의 현재가치가 미래의 각종 가치(정보)를 합리적인 할인율로 나눈 값이라는 이론적인 정의를 대입해 보면 기대심리의 악화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그 정중앙에는 고공행진중인 국제 유가가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유가가 쉽사리 진정되기 힘든 상황이라는데 있다. 이틀 연속의 달러 급등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이라는 재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2% 정도 밖에 밀리지 않았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유가가 언제라도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을 안고 있다.
섬밋 에너지의 상품 애널리스트인 브래드 샘플레스는 "달러 강세가 유가 하락을 이끌었지만 유가 상승을 전망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유가는 더 많이 내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경제를 좌우하는 소비 위축에 대한 걱정은 날로 커지고 있다. 주유소 식료품점 어디를 가더라도 체감물가는 한마디로 장난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면 이에 따른 악영향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제품 가격을 올리려는 사회전반적인 심리가 강해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는 더욱 위축돼 경제는 훼손되기 마련이다. 모든 노동자의 가처분 소득이 인플레이션 만큼 올라가는 게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의 수석 컬럼니스트인 어윈 켈너는 "소비자들은 내년 물가가 5.2%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1982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벤 버냉키 의장 등 연준 고위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잡기를 공식화한 것도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경제성장 촉진과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깔려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금리와 관련된 기대심리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미 선회한 셈이다.
하트포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휴 헬란은 "연준의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돌아섰다"며 "주식시장으로서는 또다른 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슨 일링톤 어드바이저의 회장인 휴 존슨은 "미국의 경기하강 국면의 위험성이 줄었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긍정적이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같은 회복국면은 고물가를 동반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악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심리가 수면 위로 다시 솟아오르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기대심리들의 무력화가 선결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