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 네브래스카 주의 한적한 도시 오마하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세계 2위 갑부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유명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연례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열리는 2007년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3만명의 투자자들은 웃고 즐기면서 이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탁 축제(Woodstock for Capitalists)`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해외 투자자들도 많아..주총기간 중 오마하 상권도 들썩
오마하에 도착하기 전부터 주주총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탄 시카고 발 오마하 행 비행기에는 주주총회 참석 입장권을 목에 건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자들로 가득했다.
해외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왔다는 마틴 페데르센은 "3년 전 버크셔 해서웨이 B주를 매입한 후 이제서야 주총에 참석하게 됐다"며 "비행기 안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꼬박 하루를 보낸 셈이지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마하에 도착하자마자 주주총회가 열리는 퀘스트 센터(사진 좌)를 찾았다. 주총이 시작하지 않아 문을 열지도 않았건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퀘스트 센터 바로 앞에 위치한 힐튼 호텔로 발길을 옮겼다. 주총 장 바로 앞에 위치한 호텔이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6개월 전에 모든 예약이 끝났다.
하루 방 값이 최소 400달러지만 빈 방이 없을 정도다. 오마하 시내 뿐만 아니라 주변 외곽 지역에 있는 숙박 시설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주총회 기간에는 숙박, 식당, 술집, 교통편 등의 가격이 모두 평상 시보다 올라간다. 옥수수와 콩이 유명 상품인 한적한 중소 도시 오마하가 그야말로 `버핏 특수`를 누리는 셈이다.
◆주식 1주가 약 11억원..투자자들 "주식 보유는 축복"
4일 저녁(현지시간) 6시부터 열린 주주총회의 첫 행사 칵테일 파티에 참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산하의 보석 전문 도매업체 보샤임(Borsheim)에서 열린 칵테일 파티에는 5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참석자들에게 무료 식사와 주류를 제공하지만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릴 수 없을 정도였다.
버크셔 주주들은 보샤임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30% 디스카운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가가 너무 오르자 많은 사람들이 버크셔 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지난 1996년부터 B주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A주와 B주는 모두 보통주지만 의결권에서 200배 차이가 난다. B주 발행 이후부터 A주 주가가 너무 비싸 주식을 사지 못하던 사람들이 대거 B주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이 때부터다.
지난 1965년 불과 12달러였던 A주의 주가는 작년 10월 10만달러를 돌파했다. 4일 뉴욕 주식시장 종가 기준으로 10만9250달러까지 올랐다. 1주의 가격이 약 1억1000만원에 육박하니 9주만 가지고 있어도 백만장자인 셈이다.
1986년 A주가 4000달러일 때 매수해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한 투자자는 "위급한 상황이 생길 때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일종의 보험이라 여기면서 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도 덧붙였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행사장을 찾은 또다른 투자자는 "나는 A주, 자식들은 B주를 가지고 있다"며 "자녀들에게 자연스런 경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