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명박, 박근혜라는 2强 후보가 버티고 있는 반면 범여권에선 고건 전 총리를 제외하면 지지율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위한 여권 내 꿈틀거림이 대선지형의 지각변동을 먼저 예고하고 있다.
與 통합신당으로 항로 잡아
열린우리당은 의원 워크숍에 이어 김근태, 정동영 두 전·현직 당의장이 지난 28일 전격 회동해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을 천명, 통합신당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대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가장 큰 동력이다. 심지어 "대선 4개월 후 치러지는 2008년 4월 총선에서도 변변한 야당조차 만들기 어려운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反한나라당 세력을 묶는 '대통합'이 최종 목표지만, 통합의 과정은 예측불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세력, 시민사회세력 등 통합에 참여할 주체들의 셈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통합 주도권 다툼 예고
당내 대주주이자 정치적 라이벌인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손을 맞잡은 것은 지지부진한 통합논의에 가속도를 붙이고 대세를 굳히자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합쳐서 5% 미만인 낮은 지지율을 고려할 때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고건 전 총리측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신당추진이 본격화되면 김근태, 정동영 두 전·현직 의장 사이의 주도권 다툼도 부각될 공산이 크다.
우선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둘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 또 정동영 전 의장은 실용 그룹의 결집을, 김근태 의장은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등 외부세력의 영입을 주도해 '경제와 개혁'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통합의 한 축인 민주당의 경우엔, 한화갑 대표의 대법원 판결로 지도력에 변화요인이 생겨 정계 개편과 관련, 한층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
다양한 새판짜기 시나리오
범여권 정계개편의 분수령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가 된 전망이다. 신당파가 대세를 확산시켜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결의를 이끌어낸다면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을 묶는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기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제3후보와 시민사회, 전문가그룹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격돌로 원만한 전당대회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최악의 경우 결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수파의 당 사수 의지가 확고하다면 신당파가 제3지대로 나가 외부세력과 합치는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두 번째 시나리오는 친노세력을 뺀 통합신당과 기존 열린우리당의 분열구도다.
고건발 정계개편도 또 다른 시나리오 중 하나다. 열린우리당의 기존 후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현 시점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고건 전 총리는 통합신당 참여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중도실용노선 신당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고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내 일부 신당파 의원들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으며, 김성곤 의원은 '중도포럼'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중도개혁진영까지 미래세력에 포함하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통합신당이 가시화되는 시기는 이르면 내년 3,4월, 늦으면 5,6월이 될 전망이다. 후보간 경쟁인 오픈프라이머리는 7,8월쯤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신당의 모양새와 주도권은 대선주자들의 세력기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여권발 정계개편은 각 정파간 고도의 수 싸움과 물밑 신경전이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