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결과 납치된 어선은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산업이 아니라, 동원수산의 어선이었다. 동원수산은 1954년 ‘신흥냉동’으로 부산에서 설립돼 1970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원양업 회사. 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1969년 설립)과는 다른 회사다. 하지만 이름에 업종까지 비슷해 혼동을 일으킨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언제부터 볼리비아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있느냐”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볼리비아에서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에너지 전문업체 ㈜동원(1962년 설립)과 이름을 혼동해 걸려온 전화였다.
비슷한 이름 때문에 헷갈리는 회사들이 많다.
삼양사 관계자는 “1980년대 대학가에서 시위가 많을 때에는 ‘왜 최루탄을 만드느냐’는 항의 전화가 왔고, 1989년 삼양식품에서 라면에 공업용 기름을 썼다는 ‘우지(牛脂·쇠기름) 파동’(나중에 무죄로 밝혀졌음)이 났을 때 ‘건물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지난 2003년 식품 브랜드를 ‘큐원’으로 통합했지만 회사 이름이 헷갈리는 것은 여전하다.
손톱깎이 회사 쓰리쎄븐과 가방 회사 쓰리세븐은 숫자 7이 3개 있는 로고도 엇비슷하다. 표기가 ‘쎄븐’과 ‘세븐’으로 다를 뿐이다. 손톱깎이 회사에는 “가방 만들던 회사가 언제부터 손톱깎이를 만드느냐”는 문의 전화가 오고, 가방 회사에는 “주식을 살 수 없겠느냐(쓰리쎄븐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고 쓰리세븐은 상장 안 돼 있음)”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한다.
휠라(FILA)코리아와 필라코리아도 다른 회사다. 윤윤수 회장이 이끄는 휠라코리아는 스포츠 용품 등을 만드는 회사고, 필라코리아는 전자 관련 제품 제조 업체.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처음에 ‘FILA’를 ‘필라’로 등록하려고 했는데 ‘필라코리아’라는 상호가 있어 ‘휠라’로 붙였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남선알미늄과 남성알미늄은 둘 다 알루미늄 새시 업체. 남선알미늄은 지난해 남성알미늄의 코스닥 상장 폐지 때 투자자의 문의가 잇따르자 “남성알미늄과 무관한 회사”라고 공시까지 했다. 한때 남성알미늄이 남선알미늄을 인수합병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경우 회사명이 헷갈려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이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