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로봇 투자를 확 늘리고 있다. 로봇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에 오르기 전인 지난해 초부터 다양한 로봇 관련 투자 기업에 투자를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10년 이후’ 미래 먹거리의 뿌리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2’ 모습.(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
|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투자 전문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로봇 시뮬레이션 기술 스타트업 ‘브이심’과 로봇 힘·토크 센서 전문기업 ‘에이딘로보틱스’ 투자에 각각 참여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로봇의 힘을 제어할 수 있는 힘·토크 센서 등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로봇이 물건을 파손 없이 섬세하게 잡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로봇손 핵심 부품이다. 삼성넥스트 관계자는 “에이딘로보틱스의 힘·토크 센서로 이전에는 자동화하기에 섬세했던 작업에 필요한 민감도로 물체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인간과 같은 손재주와 상호 작용 기능이 필요한 영역까지 로봇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벤처투자도 지난 2023년 삼성전자에서 출자받아 조성한 펀드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 기업 ‘뉴빌리티’에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단행했다. 뉴빌리티는 복잡한 도심에서 주행할 수 있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로봇 ‘뉴비’와 로봇 모니터링이 가능한 ‘뉴비고’, 주문 배달 애플리케이션 ‘뉴비오더’ 등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 테슬라가 자사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처=테슬라) |
|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계열사 내 협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삼성전기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을 찾아 AI와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 선점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점찍은 건 AI 기술 개발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필두로 로봇 산업의 성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로봇 사업 역량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중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컴퓨터 ‘젯슨 토르’를 출시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정식 출시를 목표로 제품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로봇 사업은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특히 관심을 둔 사업이다. 이 회장은 2021년 로봇과 AI 등 신산업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봇 사업은 최소 10년 후를 내다본 장기적인 과제”라며 “삼성이 추후 또 다른 인수합병(M&A)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는 “단순히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까지 신설한 것은 로봇 산업에 대한 의지가 한 단계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시장이 사실상 형성되지 않은 첨단 로봇 산업에 대한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 미래를 보고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