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창업 도전장”…외국인 몰리는 ‘글로벌 창업 허브’로

[스타트업 코리안 드림]①기술창업비자 발급 건수 4년 새 71.6%↑
창업준비비자 발급도 같은 기간 182% ‘껑충’
한국 IT 인프라와 우수 인재에 외국인 관심
언어·비자 등 문제도…정부 개편안 준비 박차
  • 등록 2024-06-25 오전 5:30:00

    수정 2024-06-25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스페인 출신 알베르토 앤드류 씨는 지난 2020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금속 3D 프린팅 스타트업 ‘유니테크3DP’를 공동 창업했다. 언어 장벽 등으로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지만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창업 자금과 지원 프로그램이 그를 ‘K창업’으로 이끌었다. 다만 여전히 외국인의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그가 체감한 K스타트업 생태계다. 앤드류 씨는 “한국 정부의 지원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외국인에겐 언어, 투자 등의 장벽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외국인 창업가들이 속속 한국 땅을 밟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K창업’에 나서는 외국인은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정책도 내국인의 해외 진출 지원 중심에서 외국인의 국내 창업 지원으로 확장되면서 창업 국경 허물기가 가속화 할 전망이다.

24일 중소벤처기업부·법무부에 따르면 기술창업비자(D-8-4) 발급건수는 2019년 74건에서 지난해 127건으로 4년 새 72% 증가했다. 한국에 머무르며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일종의 임시 비자인 창업준비비자(D-10-2)도 같은 기간 47건에서 133건으로 182% 늘었다.

외국인 창업가들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꼽는다. 스타트업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저렴한 운영비로 높은 수준의 IT 인프라와 우수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책도 외국인들이 긍정적으로 보는 요소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다만 아직 글로벌 창업 허브로써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민간 창업 생태계의 개방성이 낮아 정부 지원이 끊긴 뒤엔 자생적으로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게 외국인 창업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언어·비자 문제뿐 아니라 외국인에 폐쇄적인 벤처투자 시장 등으로 인해 K창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그만큼 많다.

독일의 대체 수산물 스타트업 ‘코랄로’의 시나 알바네즈 대표는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유럽·미국보다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난해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중기부의 외국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60개 스타트업 중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기업이 5개사에 불과하다는 게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글로벌 창업대국 실현을 위한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D-8-4 비자 연장 시 매출 외에 기술성, 사업성 등을 종합 고려해 비자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창업 정책은 보조금 지급 후 과제를 수행토록 하는 방식에 불과하다”며 “국내서 창업하는 외국인은 많아도 정부지원사업이 끝나면 떠나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자 발급 조건 완화와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와 적극적인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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