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장 박명자(가명)씨는 주말과 공휴일이 두렵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집회가 일상화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씨는 “이곳은 원래 가족단위 손님이 많은 곳이지만 집회가 있는 날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니까 가족 단위 손님들도 이곳을 피해서 지나간다”고 말했다.
집회 열리면 손님 ‘뚝’…“험악한 분위기 속 누가 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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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집회로 북새통을 이루는 광화문, 인근 상인들에겐 너무나 곤혹스러운 일상이다. 보수·진보성향 단체들의 세 대결이 벌어지면서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매출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관광객 손님으로 주말 매출을 채워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할인 행사를 해보기도 했지만 집회의 후폭풍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상인들은 토로했다.
지난 6일 광화문광장 인근 화장품 매장은 세일 마지막 날을 맞아 평소보다 2배 정도의 직원이 출근했다. 마지막에 몰리는 손님들로 매장 안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열린 대규모 집회로 이 같은 준비는 모두 허사가 됐다. 이 매장에서 일하는 이선정(가명)씨는 “(당시) 집회 때문에 앞에 바리케이드가 쳐져서 광화문 광장을 거닐다가 구경하러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고객분들도 많이 줄었다”면서 “평소의 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주말·휴일을 맞아 진행된 길거리 문화행사들도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한 댄스대회에 참가한 고등학생인 이지원양은 “옆에 집회가 너무 시끄러워서 노래를 틀고 진행하기 어려웠다”면서 “공연도 아니고 대회인데 집회가 있다는 것을 왜 사전에 안내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대회를 주최한 측도 “사전에 안내가 아예 안 되다 보니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몰려든 집회 속 15년째 유지한 브레이크 타임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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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에서 중화요리 음식점을 15년째 운영 중인 주지용(48)씨는 집회로 인해 오후 3~4시였던 브레이크 타임(차단 시간)을 2년 전부터 못 지키고 있다고 했다. 주씨는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고 4시에 가게 문을 열려고 해도 4시부터 하는 집회들이 있어서 문을 닫거나 하염없이 기다린다”면서 “영업 자체를 못할 때가 많다 보니까 당연히 매출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만 있을 땐 조용하기도 했고 시끄럽지도 않아서 관광객도 좀 있고 했다”면서도 “지금은 일반 손님들이 안 찾아온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주인도 비슷한 취지로 설명했다. 8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우모(70)씨는 “이쪽 근방까지 젊은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었는데 집회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집회 시위로 소음이 심각하다는 문제가 곳곳에서 나오니까 그 바람에 사람들이 안 올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집회 중 카페, 음식점에서 화장실을 몰래 쓰고 가는 얌체족들도 자영업자들의 고민이다. 광화문 인근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이모(25)씨는 “주말과 공휴일 날 몰래 화장실을 쓰고 가려는 어르신이 많다”면서 “못 가게 하려고 해도 막무가내로 쓰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분도 있어서 당황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생인 이모(25)씨도 “화장실만 얼른 쓰고 가겠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삼각지역 파출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경찰관은 “원래도 개방화장실로 돼 있어 화장실을 찾는 시민이 많았다”면서도 “아무래도 집회가 많은 날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를 그냥 변기에 버리고 가는 시민도 많아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