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모든 이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목표로 하는 ‘신 일자리 전략(New Jobs Strategy)’을 발표했다. 이는 1980~1990년대의 고실업에 대응해 일자리 늘리기에 초점을 맞췄던 1995년의 ‘일자리 전략’, 그리고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로 양과 질의 조화를 추구한 2006년의 ‘일자리 전략 재평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전략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불평등 심화, 생산성과 임금 증가세 둔화, 디지털혁명,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처하려면 유연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근로자 보호와 포용성 제고, 기업과 근로자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력 강화가 필요함을 강조한 점이다. 이는 일자리를 기업 측에서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구직자 입장에서도 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간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 해법은 주로 노동수요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가 핵심인데, 이러한 접근법은 경제가 성장하고 노동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절에는 잘 기능했다.
그러나 세상이 전례 없는 폭과 속도로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출현과 함께 유연화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다. 저임금 업종과 고임금 업종 간 인력 부족률 편차는 새삼스럽게 일자리 질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일에 대한 시각을 놓고 보면 MZ와 베이비붐 세대는 다른 인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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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유연화, 투자 지원 등과 같은 전통적인 노동수요 진작책만으로는 일자리 창출력 약화, 중간수준 일자리 감소, 소득불평등 증가, 생산노동력 감소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됐다.
일자리 전략도 시대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로이 짜야 한다. 특히 인구 위기를 극복하려면 보다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들어와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 시스템이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 변화를 반영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가전략산업 훈련생과 취업자에 대해선 임대료와 주택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다 직접적인 대책은 경력단절 여성, 청년, 장년 등 잠재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실업과 취업, 재직과 퇴직, 고용과 해고 등으로 나누는 단절적 이분법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의 0과 1 사이에 0.5를 인정하는 아날로그적 접근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부분실업급여 등 일정 한도에서 수급자의 근로 활동을 인정하고, 실업급여 나이 제한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는 방안, 청년층의 과도적 고용과 장년층의 점진적 은퇴를 지원하는 방안, 일률적 정년제는 폐지하거나 재고용 등을 통해 근로 활동을 국민연금의 65세에 맞추고 점진적으로 70세까지 늘리는 방안, 근로시간을 유연화해서 일하는 방식을 육아친화적으로 혁신하는 방안 등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내일(my work, tomorrow)이 있는 삶’을 위해선 공정한 유연화와 더불어 사람을 중심에 놓고 안전망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일자리 전략이 필요하다. 4월 총선이 건강한 일자리정책 경쟁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