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은 2019년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원에 중국 국적자가 선발됐다가 불합격 처리되는 촌극까지 발생할 정도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공정 채용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출신 학교는 물론이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연구실적 논문의 ‘교신 저자’의 이름까지 삭제해서 제출토록 하는 등 분야별, 기관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제도 운영으로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정부는 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법’으로 전부 개정할 계획인데 채용 비리 근절과 함께 공정채용의 사회적 편익대비 비용을 고려해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한다. 최악의 취업난,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경쟁 속에서 청년들에게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채용상 차별 금지에 대한 법적 요건을 권고적 성격에서 처벌을 포함한 의무적 성격으로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자의 출신 지역, 학력, 취업경험, 성과 등을 채용과정에서 노출하지 않도록 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과하게 강조함으로써 블라인드채용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배합이 잘되는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여 주는 노동시장의 본원적 기능을 간과하고 있는건 아닌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보완이 여전히 필요한 국가직무능력(NCS)를 제외하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아직은 직무중심의 노동시장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자의 구체적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하고 대학 졸업 여부, 이수 과목 등 매우 기초적인 정보에만 의존하는 채용 방식으로는 기업들로선 원하는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 자명하다. 오히려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들이 컴퓨터활용능력시험 등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을 따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낭비도 있다.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채용기관도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입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의 문제점이다.
학벌중심사회를 채용제도로만으로 바꿀 수는 없다. 박근혜정부 등에서 추진했듯 노동시장 전체를 능력과 역량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학벌 등은 참고사항으로만 여긴다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