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모자’ 비극 막아야”…가욋일 마다 않은 ‘종로 집배원들’[인터뷰]

박한선 광화문우체국장
8월 전국 최초 ‘복지등기사업’ 시작
취약가구에 복지혜택 알림…생활상태 점검
지원 가구 발굴 성과 “더 많은 분 도움 받길”
  • 등록 2022-10-12 오전 6:00:00

    수정 2022-10-12 오전 6:00:00

박한선 광화문 우체국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광화문우체국 내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제2의 창신동 모자사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죠. ‘복지등기사업’으로 취약가구를 조기에 발굴할 겁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작은 주택에서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정부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됐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 이와 너무 흡사한 지난 8월의 ‘수원 세모녀 사건’ 등 모두 복지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참사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 우체국 집배원들이 나섰다.

박한선 광화문 우체국장은 지난 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7월에 취임해서 와보니 관할 내에 쪽방촌 등에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분들이 꽤 있다는 걸 알았다”며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정보를 모르는 분들도 꽤 많아서 저희가 먼저 필요성을 느껴 구청에 제의해서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화문우체국이 8월에 시작한 복지등기사업은 담당지역 내 취약가구로 의심되는 이들을 찾아내기 위한 서비스로, 집배원이 각종 복지혜택 내용이 담긴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대상자의 생활상태를 점검해 지자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집배원이 작성하는 점검표엔 △대상자가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집 주변에서 악취가 난다 △집 주변에 쓰레기 또는 술병이 많아 보인다 △집 주변에 파리, 구더기 등 벌레가 보이고 악취가 난다 등의 항목이 있다.

종로구에선 집배원 102명이 이 사업 일을 맡고 있다. 종로가 가장 먼저 이 사업을 시작한 뒤 부산 영도, 전남 영광, 강원 삼척, 서울 용산, 광주 북구, 충남 아산 등도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박 국장은 “지자체의 복지 담당 공무원은 적지 않나”라며 “집배원들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주민과 원활히 소통하니 소외계층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어 우리가 복지등기로 안전망 강화 역할을 하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범사업 3개월 차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박 국장은 “8월 말 종로구에 거주하는 65개 가구에 복지 등기를 배달했다”며 “지자체에서 이 가운데 한 가구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했고 네 가구엔 복지상담,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 통신요금 감면 등 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의에서 시작한 ‘가욋일’이 집배원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이에 박 국장은 “집배원들의 업무가 가중되지 않게 복지등기 물량과 시기를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며 “매월 중순 정도가 각종 고지서와 우편물이 나와 바쁘기 때문에 월 2회 복지 등기를 배달한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엔 내부에서 ‘우리가 왜 해야 하나’ 하는 반응도 있었다”며 “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오면서 직원들이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홍보가 덜 되다보니 집배원들이 찾아가면 ‘왜 나한테 와서 이런 걸 물어보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반갑게 협조해 주시고 많은 분이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등기우편체크리스트.(자료=우체국공익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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