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대(對) 기업 정책에 대한 경제계 전반의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주 52시간제의 획일적 적용·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에 대한 가시적인 바로잡기 효과는 아직 없지만, 민관합동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에 비춰 향후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법인세·가업상속세 인하 등 갈라파고스식 규제 완화가 충분히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경제계 안팎의 전망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정치적 위기, 이로 인해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여당의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국면 전환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친서민 포퓰리즘, 즉 기업들을 압박하고 쥐어짜는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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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의 맏형격인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규제혁신에 대한 의지가 상당했고 취임 이후에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속도감 있게 민관합동 TF 구성 등 시스템 마련에 나서는 건 긍정적”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도 “그동안 민간 주도 성장의 기조를 강조하면서 전반적으로 대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달 대기업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질끔 상향한 점을 언급하며 “성과에 대해 말하긴 이른 시점”이라며 “국제 정세가 반도체를 중심에 놓고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더 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도 “배터리 육성을 언급했지만, 체감할 수 있는 건 없다”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게 없다는 점도 걱정”이라고 했다.
MB 때처럼…親서민 정책 회귀 가능성도 우려
일각에선 국정 초반 지지율 하락으로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민감한 정책의 경우 동력 자체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대기업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정책 드라이브가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라며 “친기업을 표방해온 윤석열 정부가 과거 이명박(MB) 정부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MB 정부가 임기 후반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세웠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비롯한 친서민 정책처럼 윤석열 정부 역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