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복 받기를 원하고, 또 복 많이 받으라고 남에게 수시로 덕담을 건넨다. 하지만 복은 원한다고 오고, 준다고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착한 일을 하면 주위의 평이 좋아지고, 그러면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퇴계종손은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한다’는 뜻에서 일일이 붓으로 ‘조복(造福)’이라는 글씨를 써 수련생과 방문객들에게 건네준다. 그러면 수련생들은 공손하게 받아들고 대문 밖까지 전송나온 종손과 기쁘게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종택을 찾는 이들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종손의 이런 일상도 뜸해졌다. 이러던 차에 올해 연초에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자리한 월봉서원을 관리하는 별유사 기세락 옹(88)과 통화를 하면서 종손의 안부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필자는 월봉서원 원장을 10년째 맡고 있으나 도산서원과 수련원 일 때문에 자주 갈 수 없어 서원 관리책임자와 이따금 통화로 업무상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연초 통화도 그런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다음은 그 대화 내용이다.
며칠 후 확인해보니 요청한 수량보다 더 많이 보내주셔서 잘 사용하였다는 연락이 왔다. 월봉서원은 퇴계선생과 사단칠정논변을 전개한 청년학자 고봉 기대승 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치열하되 상대를 존중하며 8년간 전개된 논변의 인연은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렇듯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 세가 넘은 연세에도 완벽하게 활동하시는 김형석 교수는 건강장수 비결에 대해 “같은 또래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것이고, 그 일은 또한 결코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남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퇴계종손의 ‘조복’ 글씨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가는 데 긍정적 영향력을 줄 뿐 아니라 본인의 건강장수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15년 전 처음 뵐 때나 지금이나 건강에 별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 백세시대에 노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훌륭한 답이 아닐까?